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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무서운 자매' 김서영(23·경북도청)과 안세현(22·SK텔레콤)이 있다. 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진행 중인 2017년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에서 연일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김서영은 개인혼영 200m 준결선에서 2분09초86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자신이 쓴 종전 한국최고기록(2분10초23)을 넘어섰다. 안세현은 여자 접영 100m 준결선에서 57초15, 결선에서 57초07을 기록하며 역사를 썼다. 헝가리에서의 환희. 두 선수에게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든든한 지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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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은 지방자치단체 경북도청 소속이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공무원 규정을 따라야 한다. 각종 대회 출전비나 여비 등이 여러모로 풍족하지 않다. 특히 이번 대회처럼 유럽에서 열리는 경우에는 환율과 높은 물가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경북체육회는 김서영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 이례적으로 통큰 투자를 결정했다. 일본 전지훈련을 지원했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달 전 헝가리에 조기 입국, 현지 적응 훈련도 실시했다. 또한 경북체육회에서는 김서영을 돕기 위해 김인균 감독을 비롯해 플레잉코치, 통역, 의무 트레이너 등 4명을 파견했다. 사실상 '김서영 전담팀'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북체육회 관계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사실 이런 규정도 따로 없다. 그러나 선수를 위해 결정했다. 더 많이 지원할 시스템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비용은 다른 과목의 여비로 충당했다.
김서영은 "소속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사실 이렇게 지원을 해주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 모로 감사하다.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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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은 2015년부터 SK텔레콤의 후원을 받고 있다. 기업에서 지원하는 만큼 체계가 확실하다. 안세현은 마이클 볼 감독을 비롯해 권세정 팀 매니저, 박철규 트레이너, 강민규 통역담당관, 임재엽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담팀' 인건비 등을 포함해 연간 6억5000만원의 훈련비용을 지원한다.
언뜻 '기업'이기에 스포츠 종목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홍보 효과를 얻었다. 눈에 띄는 수익은 없지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기류가 바뀌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의 스포츠 후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몇몇 기업이 후원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뚝심있게 안세현을 지원했다. 안세현이 2016년 리우올림픽 결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주춤했을 때도 힘을 불어넣었다. 안세현이 세계선수권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안세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호주, 유럽 등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SK텔레콤의 든든한 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안세현에게 각종 수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결선 진출(1000만원)을 비롯해 동메달(3000만원), 은메달(5000만원), 금메달(1억원) 등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책정했다. 한국신기록(1000만원), 아시아신기록(3000만원), 올림픽신기록(5000만원), 세계신기록(1억원) 등 기록수립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안세현은 접영 100m에서만 한국기록을 두 차례 경신했고, 한국선수 가운데 역대 다섯 번째로 결선 무대에 진출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세현이 헝가리에서 쓴 한국 수영의 역사. 그 뒤에는 SK텔레콤의 뚝심 지원이 있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