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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시즌 한국 아이스하키는 꽃길을 걸었다.
남자 대표팀이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거머쥔데 이어 2017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 A(2부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꿈의 무대'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전세계에서 단 18팀만이 이룬 일을, 등록선수 233명, 실업팀 3개에 불과한 변방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중국전 승리를 포함해 4위에 올랐고, 강릉에서 열린 디비전2 그룹A에서 전승 우승으로 디비전1 그룹B에 진출했다.
2018년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가 걸렸다.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4월에는 IIHF 여자 아이스하키 디비전1 그룹B, 5월에는 IIHF 남자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이 열린다. 모두 한번도 도전하지 못한 신세계다. 정몽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은 "지금부터 우리가 가는 길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처음 가는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자부심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서로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아이스하키협회가 19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미디어데이에서 그 청사진을 공개했다. 체력 훈련을 시작으로 여정을 시작한 남자 대표팀은 27일부터 30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전지훈련을 떠난다. 8월1일부터 13일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마운트필드컵에 출전하는 등 실전을 겸한 훈련을 이어간다.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소속팀으로 돌아가 아시아리그를 치른 후 11월2일부터 올림픽 대비를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11월6일부터 12일까지 유로챌린지에 나서고, 12월11일부터 17일까지는 러시아채널원컵 유로하키투어 출전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휴식기 동안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체코 등 최강국이 최정예로 출격한다. 강호를 상대로 한국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마지막으로 2018년 러시아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마친다.
여자 아이스하키도 28~29일 강릉에서 세계 5위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8월12일부터 22일에서는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2월10일부터 29일에는 미국 미네소타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11월 헝가리에서 4개국 친선대회를 치른 후 12월에는 뉴욕과 미네소타를 오가며 마지막 담금질을 한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 단일팀이라는 변수가 있다. 만약 단일팀이 성사될 경우 그간 준비한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 회장은 "나라의 큰 뜻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를 보호하지 못하는 협회는 협회가 아니다. 지금 아직 진전된 상황이 없다. 진척이 되면 대한체육회, 나아가 IIHF에게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요구하겠다"고 했다. 머레이 감독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만큼 현재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끝이 아니다. 정 회장은 또 다른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자력 진출이다. 쉽지 않은 목표다. 세계 20위권인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올림픽 자력 진출을 위해서는 남자의 경우 세계 12강, 여자는 세계 8강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한 협회 차원의 지원책을 공개했다. 일단 백지선 현 남자대표팀 감독과 새라 머리 현 여자대표팀 감독의 계약 연장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월드챔피언십 잔류, 국군체육부대의 지속적인 운영, 여자 18세 대표팀 창설, 아이스하키 전용 링크 건립 및 강릉하키센터 사후 활용 추진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남녀 유소년·중등클럽의 활성화, 고교 신규팀 창단, 지도자 등 하키 인재육성 등 저변 확대 및 활성화 방안도 소개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2013년 회장이 돼서 첫 과제가 올림픽 나가는것이었다. 참가국이면서 올림픽 못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실력이 모자라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위스 로잔에 이메일도 보내고 르네 파젤도 만나려고 했는데 잘 만나주지도 않더라. 2013년 12월에 9명이 가서 한국이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1년만에 결정 받았다. 나가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다 이야기 하니까 똑같은 질문 하더라. '올림픽 끝나고 한국 아이스하키 모습은 무엇이냐' 한방 먹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하는데 그들은 그 뒤의 모습까지 보더라. 우리는 이 길을 갈 것이다. 후배, 후임 회장도 이 길을 향해 갈 것이라 믿는다. 토양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