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태권도연맹(WTF)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공격, 또 공격이다.
무주 태권도원 T1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7년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은 달라진 룰을 적용한 첫 대회였다. 일단 반응은 긍정적이다. 두자릿수 득점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68㎏급 금메달을 차지한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이 32강전서 예라실 카이르벡(카자흐스탄)과 맞붙었을 때의 스코어는 무려 39대27이었다. 막판까지 공세가 이어지고 역전에 역전이 거듭되는 치열한 명승부도 펼쳐지고 있다. 양진방 WTF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발펜싱' 대신 기술 교환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했다. 기술 교환이 이루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체 조건이나 체력 보다 경기력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 기술이 좋은 한국, 터키, 러시아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밀기가 허용되면서 더 박진감이 넘치고 있다. 세계 105위에서 월드챔피언이 된 남자 58㎏급 정윤조는 바뀐 룰의 최대 수혜자다. 밀기가 특기였던 그는 기존 룰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밀고 차는 기술로 일약 세계 정상에 올랐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감점에 대한 기준이다. 바뀐 규정에 따라 경고와 감점으로 나뉘었던 벌칙은 감점으로 통일됐다. 예전에는 한 차례 경고가 주어졌지만 이젠 곧바로 감점이 나온다. 또 감점 10회를 받으면 감점패가 된다. 그만큼 주심의 판정이 경기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판단의 일관성이 떨어져 선수단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여전히 경기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점수가 나면 스크린에 소리가 나오게 하고, 경기장에 라이트를 켜는 등 다양한 효과를 줬지만, 여전히 어느 장면에서 정확히 점수가 났는지 보는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장 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역시 "태권도도 축구처럼 관중들이 경기 상황을 재깍(곧장)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양 국장은 "우리 경기의 제일 큰 맹점이다. 워낙 빠르고 순간적으로 점수가 나는 태권도의 경우 동시득점까지 인정되는만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 진행한 룰이 2020년 올림픽의 골격이 될 전망이다. WTF는 이번 대회에서 보인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할 계획이다.
무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