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과 강릉을 찾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올림픽 플라자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새 정부의 평창올림픽에 대한 같한 애정과 관심을 역설한 가운데,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남북 단일팀 문제였다.
평창올림픽 준비가 시작된 이래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여러차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전의 원론적인 이야기와 달리 도 장관의 발언은 꽤 구체적이었다. 도 장관은 "아직 진행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후 "북한의 평창올림픽 단일 종목 참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여자아이스하키'로 종목을 특정했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절차가 틀렸다. 언론에 언급하기에 앞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문의가 선결돼야 한다. 국제기구와의 논의 창구가 될 대한아이스하키연맹에 단일팀 구성시 필요한 제반 사항과 장단점 등에 관해 문의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은 없다.
문체부로부터 아무런 언급을 받지 못한 대한아이스하키연맹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것이 없어 내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령 문체부의 지시가 내려온다고 해도 북한아이스하키협회와 민간 교류가 진행된 적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그룹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접점이었다.
사실 남북단일팀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과거 탁구단일팀이나 청소년축구단일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첫째, 자격 문제다.
1991년 포르투갈 청소년월드컵 당시 남한과 북한은 모두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했다. 남북 모두 월드컵에 나설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자아이스하키의 경우 북한 대표팀은 자격이 없다. 평창올림픽 예선에 출전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은 둘째 치고 올림픽에 나갈 의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둘째, 조직력 문제다.
개인기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 축구와 달리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그 어떤 구기 종목보다 중요하다.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경우 지난 몇년간 태릉에서 살다시피하며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겨우 세계적 수준의 팀들에 맞설 정도가 됐는데 북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선수들의 실력은 남한 선수들의 비해 한수 아래다. 극적으로 구성이 된다고 해도 어디서 훈련을 할지, 어떻게 훈련을 할지도 고민이다. 이미 여자대표팀은 평창 로드맵을 완성하고, 실행 중이다. 북한 변수가 생길 경우 차질이 생긴다. 해외 전지훈련부터 짜놓은 스케줄이 모두 어긋날 수밖에 없다. 새러 머리 대표팀 감독조차 남북단일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박탈감 문제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실업팀도, 대학팀도 없다. 순전히 평창올림픽만을 위해 모이고,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단일팀을 위해 몇명의 선수들을 제외할 경우, 그간 이들이 흘린 땀을 어떻게 보상해줘야 할지도 난감하다.
물론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드시 거쳤어야 하는 절차가 생략된 이번 도 장관의 앞선 발언은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화해의 무대로서의 평창올림픽. 그 좋은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준비된 접근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에 그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