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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전 끝에 힘겹게 유치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D-데이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 막이 오른다. 남은 시간은 불과 1년여. 하지만 여전히 '최순실 국정농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평창에 드리워져 있다. 조직위원장이 두 차례나 교체됐다. '검은 손길'이 뻗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17일 강원도 평창군 고려궁 전통한옥호텔에서 2017년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의 화두도 '최순실 국정농단'이었다. 그의 한탄이 평창의 눈물이자, 현주소였다.
이 위원장은 '비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정치적 게이트에 평창이 휘말려 있다. 이권이 개입된 정황이 있으면 제시해달라. 평창이 타깃이 되었을 수도 있다. 시도나 기도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창이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취임 후 전반적인 계약 내용을 점검해봤다. 비리에 의한 잘못된 계약은 없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경질된 후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취임 일성으로 "역사적인 대업을 달성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이 예산이 13조원이다. 그 가운데 11조원은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 건설 인프라 예산이다. 현재 주요 시설의 계약은 조달청을 통한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계약이 그렇게 엉성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전임 위원장 시절 벌어졌던 '최순실 일가'의 성사되지 않은 시도를 지금 조직위가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어렵게 올림픽을 유치했는데 매도만 하지말고 털 것은 털어야 한다"며 불편해 했다.
산 넘어 산이다. 국내 기업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올림픽 후원에 눈치만 보고 있다. 주거래 은행도 선정하지 못해 국가 신인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조직위가 수행하는 예산의 38%인 9400억원이 국내 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연말까지 9400억원의 90%를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상황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89.5%인 8410억원의 후원을 받았고, 300억원의 계약이 올해로 미뤄졌다"며 "주거래 은행의 경우 내가 오기 전인 3년 전부터 협의가 시작됐다. IOC 스폰서인 비자가 지난해 10월말까지 정해달라고 했지만 여건이 안됐다. 경기 하락으로 후원 금액도 줄고 합의도 잘 안됐다. 그래서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한 후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평창은 동아시아 올림픽 퍼레이드의 출발선이다. 평창에 이어 2020년 일본 도쿄에서 하계,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렸고,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올림픽이다. 조직위 전 직원이 국가관과 애국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외부에선 계속 흠집을 내고 있지만 이제는 올림픽을 해야 한다. 올림픽은 포기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와 자존심을 포기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버릴 수 없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이명박 정부에선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009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2014년) 등을 지냈다. 그는 "조직위원장 제의에 처음에는 고사했다. 난 정치인이 아니다. 청탁해서 자리를 가본 적이 없다. 하루에도 10번씩 위원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함부로 그만둘 수도 없다"며 "평창 올림픽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돼 있다. 올림픽 붐업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올림픽이 1년 남은 다음달 9일을 전후로 대대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평창의 시련,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평창=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