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2기 집행부 키워드는 '변화' 그리고 '젊은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12-20 21:09



외풍이 심했다.

슈틸리케호가 흔들리면서 대한축구협회도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정몽규 회장은 7월 만장일치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2기 집행부 선임은 계속해서 늦춰졌다.

먹구름은 10월부터 드리워졌다. 슈틸리케호는 이란 원정에서 0대1로 패하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A조 3위로 추락했다. 월드컵 본선행 직행 티켓은 각 조 1, 2위에만 주어진다. 조 3위가 되면 플레이오프(PO)로 떨어진다. B조 3위, 북중미 팀과의 대륙별 PO 등 두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결코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축구계를 휘감았다.

설상가상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설화에 휩싸이며 '팬심'도 사나워졌다. 그의 거취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축구협회 인사도 '올 스톱'됐다. 최순호 부회장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해성 심판위원장도 제2의 도전을 위해 물러났지만 손을 댈 수 없었다.

지난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이 단두대 매치였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모두가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2대1로 역전승하며 조 2위를 탈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임됐고, 축구협회 인사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급한 불을 껐다. 2기 집행부가 우여곡절 끝에 2016년의 끝자락인 20일 공개됐다. 정 회장은 이날 부회장과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포함한 새 집행부 25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7월 21일 재선에 성공한 지 5개월 만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2기 집행부의 키워드는 '변화'와 '젊은피'로 풀이된다. 김호곤 부회장(65)이 유임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용수 기술위원장(57)이 부회장으로 새롭게 선임됐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으로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골키퍼 출신인 조병득 대회위원장(58)도 부회장 직함을 새로 달게 됐다. 축구협회는 "이용수 조병득 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올려 기술 파트와 국내대회 운영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분과위원장도 대폭 물갈이 됐다. 심판위원장에는 경기인이 아닌 심판 출신 인사로 다시 채워졌다. 명부심으로 이름을 날린 원창호씨(52)가 심판계를 이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37)은 사회공헌위원장에 올랐다. 30대 분과위원장의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 감독은 재능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의무위원장에는 윤영설 연세의료원 미래전략실장(55)이 복귀했다. 그는 정몽준 회장 시절인 1990년대부터 십수년간 의무분과를 지휘했다.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 분야에서 마당발을 자랑한다. 윤 위원장은 내년 국내에서 개최되는 20세 이하 FIFA 월드컵을 앞두고 의무 분야 수장으로 돌아왔다.

공정위원장(구 징계위원장)에는 서창희 변호사(53)가 선임된 가운데 이사진에는 황선홍 FC서울 감독(48)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48) 등이 새롭게 위촉됐다. 전체 임원의 평균 연령은 기존 62세에서 57세로 다섯 살이나 낮아져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정 회장의 축구계 오른팔인 안기헌 전무(62)는 유임됐다.

축구협회는 "집행부 25명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새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 설기현 황선홍 하석주 등 일선 젊은 지도자들을 발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시각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생활축구 출신 인사도 8명을 배치해 조직 통합의 의미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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