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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가 9개월여의 기나긴 시즌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우여곡절, 전북의 2016년을 잘 표현한 단어다. 명암이 극명했다. K리그 33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기록 작성과 10년 만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성공한 시즌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한 승점 삭감과 그에 따른 K리그 3연패 실패는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최강희 감독도 "많은 변화를 줬는데 잘했다. 상대 개인능력과 2대1 패스를 경계해 전방 압박을 주문했다. 모두가 활발히 움직였다. 좋은 경기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과보다 더 눈길을 끈 부분이 있었다. 질 높은 경기 내용이었다.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임에도 그 동안 출전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던 선수들이 역량을 100% 발휘했다.
특히 이들의 경기 내용은 내년 시즌 전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바로 빌드업과 패스 축구였다. 전북은 올 시즌 수비진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시작할 때 조직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면이 떨어졌다. 주로 빌드업은 측면 풀백부터 시작되지만 제대로 작업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중앙과 측면 공격수가 해야 할 몫이 늘어났다. 그러나 선다운스전은 달랐다. 왼쪽 측면으로 쏠린 빌드업 밸런스는 팽팽하게 유지되지 않았지만 박원재부터 이재성과 고무열을 거쳐 문전까지 크로스가 배달되는 작업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전북은 빌드업이 힘들어지면 롱볼 플레이가 많이 연출됐다. 1m98의 장신인 김신욱이 최전방에 나타나면 포스트 플레이도 빠르게 문전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공격의 한 가지 방법이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선다운스전에선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의 조직력을 붕괴시켰다. 선제골이 만들어진 과정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공격 형태인 '티키타카'를 방불케 했다.
전북은 내년 최 감독이 창시한 '닥치고 공격'의 품질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힘을 보강했다. '현대家' 울산 현대와 3대2 트레이드를 통해 중앙 수비수 이재성과 우측 풀백 이 용을 영입했다. 둘은 K리그에서도 안정적인 수비 뿐만 아니라 빌드업이 뛰어난 선수들로 정평이 나 있다. 내년 1월 중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전지훈련 때 미드필더들과 원활한 호흡만 맞춘다면 전북의 아킬레스건은 충분히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기대와 희망 속에 이미 2017년을 활짝 열어 젖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