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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그 후] '스무 살' 최미선 "다음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11-28 20:03


양궁대표팀 최미선 선수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32강 경기에서 승리하며 16강전에 진출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최미선의 모습. /2016.8.1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저요? 잘 지내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영락없는 스무 살 여대생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선에 섰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 최미선이 맞나 싶다. 기자의 의심을 눈치챘을까. '양궁 에이스' 최미선(20·광주여대)은 "다들 '활만 잡으면 달라진다'면서 놀라더라고요." 쑥스러운 미소가 흘러나온다.

운명의 날… '세계랭킹 1위'의 눈물

8월 12일 리우 삼보드로무 경기장. 묘한 기류가 흘렀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세계랭킹 1위' 최미선도 당황케 하는 바람이었다. 돌발 변수는 객관적 실력이 모자란 도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실제 돌개 바람은 '랭킹 1위' 최미선의 마음을 흔들었다.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와 맞붙은 8강에서 첫 발에 5점을 꽂는 실수를 범했다. 당황했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나섰지만, 첫 발의 실수를 만회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최미선은 세트스코어 0대6으로 완패하며 생애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최미선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는 경기 직후 "첫 발에 바람이 불어서 많이 흔들리게 쐈다. 5점이 됐다. 첫발이 영향이 많이 미쳤다"며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고 말한 뒤 펑펑 울었다.

이 악문 최미선 "다음 기회는 놓치지 않을 것"

그로부터 3개월, 올림픽을 마친 최미선은 스무 살 여대생으로 돌아왔다. 금메달의 중압감을 잠시 내려놓고 기말 고사에 몰두하고 있다. 12월 12일 태릉 입촌을 앞두고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에도 한창이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최미선은 "개인전 때 너무 방심한 것 같다"며 "사실 그동안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상대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8강에서 실수가 많았다. 포인트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시간의 흐름도 그의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자람에 대한 아쉬움은 내일을 향한 오늘을 살게 해주는 힘이다. 최미선은 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한 걸음 더 진보한 내일을 꿈꾼다. 실제 최미선은 올림픽 직후 휴식을 반납하고 훈련에 매진한 결과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에서 초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미선은 "올림픽 때 아쉬운 부분을 풀기 위해 더 열심히 훈련했다"며 "이번 경험은 내 인생에 소중한 '약'이 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태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어 "2016년은 많이 웃고, 많이 울었던 해다.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아픈 경험도 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한 단계 한 단계 걸어 나가겠다. 만약 다음에 또 올림픽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스무 살,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지만 최미선은 오늘도 꿈꾼다. 되찾은 미소와 함께 그의 화살이 금빛 미래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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