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박태환, '中日잔치'속 간절했던 한번의 애국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11-17 21:23 | 최종수정 2016-11-17 21:39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 경영 종목 첫날, 무려 10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자타공인 수영강국인 일본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이 뜨거웠다. 시상대엔 온통 중국, 일본 선수뿐이었다. 한국은 설 땅이 없었다. 금, 은, 동메달을 중국, 일본이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남자 50m 평영에선 1992년생 코세키 야스히로(일본)가 금메달을 땄다. 여자 50m 배영에선 1996년생 푸 위안후이(중국)가 금메달을 땄고, 남자 100m 접영에선 1999년생 리주하오(중국)가 1위에 올랐다. 여자 200m 접영에선 1992년생 중국의 주일린이 우승했다. 남자 200m 자유형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한국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금, 은, 동메달리스트는 모두 중국, 일본 선수들이었다. 중국, 일본이 메달 잔치를 벌이는 사이, 수영의 꿈, 하나로 청춘을 버텨온 5명의 국가대표가 자비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수영계의 '변방'이었다.

이날 박태환이 따낸 유일한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기록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가치 있다. 1989년생 박태환은 이날 나온 10명의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유일한 1980년대생이다. 자유형 200m 결선 진출자는 1992년생이 1명, 1994년생이 2명, 1995년생이 1명, 1997년생이 2명, 1999년생이 1명이었다. 10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박태환은 밀리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정신력과 지독한 훈련의 힘이다. 1분45초16,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세월을 거스르는 괴력을 선보였다. 쑨양이 4년전 세운 1분45초49의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중계진은 "진짜가 돌아왔다"며 박태환의 이름을 연호했다.

올시즌 세계랭킹 2위 기록,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다. 2014년 8월 팬퍼시픽 대회 3연패 이후 2년 반만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이다. 2015년 도핑 사건 이후 인생의 바닥을 맛보던 시기에도 수영은 멈춘 적이 없다. 25m 동네수영장, 노민상수영교실에서 훈련하며, 여론의 질타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다시 웃을 날'을 열망했다. 할 수 있는 건 수영뿐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 물살을 갈랐다. 지난 3월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가 풀린 후 국내 규정으로 인해 발목이 묶였고, 극적으로 리우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절망감 속에서도 도전은 이어졌다. 리우에서 돌아오자마자 훈련을 개시했다. 충남전국체전 남자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01의 호기록을 찍으며 2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은 체전 이후에도 훈련에 몰두했다. 대중이 뭐라고 생각하든, 수영은 박태환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 운명이자 숙명이었다. 대회 직전 호주에서 10일간 집중훈련을 마친 후 16일 오전 일본 도쿄에 입성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MVP에 올랐던 열일곱 앳된 소년, 박태환은 지난 10년간 한국 수영의 희망이자 전부였다. 인생의 우여곡절속에서도 외로운 레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스물일곱의 박태환이 일본 도쿄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중국과 일본,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날 여자 자유형 100m에서 1999년생 주멍후이(중국)가 금메달을 땄고, 남자 400m 개인혼영에선 일본의 1994년생 세토 다이야가 우승했다.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베트남의 '96년생 신성' 은구엔 티 안 비엔의 우승도 박태환과 함께 이변으로 기록됐다. 단체경기에서도 한국의 자리는 없었다. 남자 400m 계영에선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우승했다. 3위는 대만. 여자 800m 계영에서도 중국이 금메달, 일본이 은메달을 나눠가졌고, 홍콩이 3위에 올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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