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란 꼭 지켜야 할 가치를 구현해 가는 과정이다.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없는 사회.' 나경원 의원이 추구하는 가치다.
|
나 회장의 바람은 딱 하나. 슈퍼블루 캠페인의 사회적 확산이다. "개회 행사 등에서 슈퍼블루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작 '왜 블루지?' 이런 의문을 품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으실거에요. 출발선상에서 사회자가 취지를 한번 더 강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약속의 상징인 파란색 운동화끈에도 다섯 가지 약속을 적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시선, 장애인 문제만큼은 결코 타협이 없다.
|
"사회문화가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렵다고 봐요. 계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죠."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은 마음과 같지만은 않다. 답답하리만큼 제자리 걸음인 것도 사실이다.
"스페셜올림픽 관련된 책(무릎을 굽히면 사랑이 보인다)을 쓴 적이 있는데 제가 표지에 장애인 선수 사진을 넣자고 제안했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곤란해 하더라고요. 마케팅 때문이었겠죠. 결국 제가 장애인을 안고 있는 사진을 썼어요. 사실 이게 현실이죠."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채찍질에도 불구, 가끔은 지칠 때도 있다. 그도 인간이니까.
빈스 포센트가 쓴 '코끼리를 들어올린 개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변화는 느리게 진행된다.' 지구의, 시간의 움직임과 같다. 느끼지 못할만큼 더디게 변해간다. 그럼에도 진실은 한두방울씩 지속적으로 떨어뜨린 잉크가 결국 양동이 물 색깔 전체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그 희망없어 보이는 지루한 과정을 견디는 일, 선구자들의 역할이다.
잉크는 양 방향에서 뿌려져야 한다. 사회 문화적 접근과 이를 뒷받침 할 제도적 접근이다. 보편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 회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중이다. "바른말부터 써야해요. 마라톤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학교로 확산시켜보려고 해요. 학생들은 가치관이 형성되고 생각이 만들어지는 시기니까…."
작지만 의미 있는 첫 걸음이다. 변화는 익숙함에서 출발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학창시절부터 한데 어울려 자연스레 접하고 동화돼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와 문화 활동에 주목한다.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툴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에요. 스포츠를 통해 '같이 논다'는 개념이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나 회장은 문화와 스포츠를 적극 활용해왔다. "올해로 4번째를 맞은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 24개국이 참가했어요. 이번에는 사진을 했는데요. 조세현 선생님이 3주 가르친 뒤에 아이들이 직접 찍어서 전시회도 했죠. 그런데 행사의 반나절은 반드시 스포츠 활동으로 채웠어요. 페스티벌에 온 아이들에게 스페셜올림픽을 경험하도록 했죠."
인식개선 노력 못지 않게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이 역시 나 회장이 간과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캠페인에 제도가 더해져야 합니다. 교육, 문화, 고용노동, 주거 등 전방위로 노력해야하죠. 하나씩 하나씩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가야 합니다."
|
"우리나라에 등록 장애인만 400만명이고 비등록 장애인까지 더하면 훨씬 많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최소 하루에 한번 이상 만나야 정상인데 실상은 안 그렇잖아요. 다른 거 없어요. 장애인이 밖에 많이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 되는거죠. 자연스럽게 섞여 사는, 함께 사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물리적 불편함, 매우 크다. 그보다 더 불편한 것은 이웃의 시선이다. 그저 자연스러운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힐끔거림이 그들에겐 불편함이, 상처가 될 수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림픽. 인식개선에 그 만한 계기도 없다. 올림픽 열기가 패럴림픽으로 이어졌음 좋으련만 사실 언론조차 큰 관심을 못 기울인다.(체육기자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나회장의 제안이 신선하다. "도쿄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배지를 하나로 만든다고 해요. 저희 평창도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명칭도 '2018 평창'으로 쓰고 그 밑에 올림픽, 패럴림픽을 나란히 배치하는 식으로요." 작은 부분에 대한 관심. 평소 고민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제안이다. 그리고 이 말, 오래 남는다. "올림픽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라면, 패럴림픽이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이 아닐까 싶어요. 한계를 극복한다는 면에서 말이죠. 2018년 평창이 그러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장애인 문제에 있어 나 회장은 정치인이 아니었다. 보여주기라고 쉽게 폄하하지 말자. 소수자의 삶이 나아지도록 가진 힘을 보태려는 노력.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들이 눈사람처럼 커다랗게 모여 기어이 세상을 바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슈퍼블루 약속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다. 장애는 '앓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이며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때는 상대 의사를 먼저 물어보며 발달장애인에게 반말을 하지 말고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부른다.
|
|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