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통합체육회장 선거 전국체전이 돌발변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10-04 20:19


대한체육회가 지난 9월 6일 통합회장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 안내 설명회를 열고 있다.



5일 실시되는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출발점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 3월 통합을 단행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 등의 일정 때문에 이번에 초대 통합회장 선거를 치른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 4년이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 밑그림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 기존 엘리트와 생활체육간 화합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화학적 결합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생길지 모른다. 통합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 회장을 뽑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화학적 결합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회장이 임기 4년 동안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추진력있는 목표가 있을 때 성분이 다른 체육인들이 제대로 뭉칠 수 있다.

한국 스포츠는 과거 50여년 동안 권위주의 시대의 전유물인 성과지상주의에 젖어있었다. 이른바 엘리트 중심의 '국가체육'이 우선시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국민 수준도 상승하면서 즐기는 생활체육이 보편화되면서 스포츠 시스템을 선진국형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런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통합체육회다.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한 선진 모델 필요성에 대한 교훈은 지난 리우올림픽이 잘 보여줬다. 한국은 늘 그래왔듯이 메달 유망종목 편식증의 민낯을 드러냈고 육상 등 기초종목은 전멸했다. 이로 인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통해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등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도 모두 생활체육과 엘리트의 융합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한국의 스포츠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출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과정에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충남 지역에서 열리는 제97회 전국체전이다. 하필 전국체전 개막(7일)이 임박한 5일 선거가 열린다. 전국체전은 국내 엘리트 체육인뿐 아니라 각 자치단체 체육회 입장에서는 연중 최대 행사다.

전국에서 출전하는 엘리트 체육인들은 늦어도 이틀 전에 체전 현장에 모여 적응 훈련 등 대회를 준비한다. 체전에 참가하는 선수, 지도자(학교 체육교사 등), 체육회 관계자들의 투표율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각 체육회 대의원이 뽑는 과거와 달리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체육회, 선수, 지도자, 동호인 가운데 추첨된 1405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다. 선거인단은 체육회 대의원 62명, 회원종목단체 710명, 시도체육회 278명, 시군구 체육회 355명이다. 이들 가운데 엘리트-생활체육 비율이 대략 50대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체전으로 인해 엘리트 유권자 중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할 것이란 우려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실제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관계자로부터 4명 중 3명 정도는 투표를 포기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체육회장 선거는 선거인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 직접 참가해 선거 행사 시간만 오후 1∼5시여서 사실상 하루를 소모해야 한다. 체전을 앞두고 일부러 투표하러 찾아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후보가 난립해 옥석 가리기도 힘든 가운데 일선 지도자, 선수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 경우 엘리트계 지지층이 강한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후보자 측 관계자는 "중요한 전국체전에 맞춰 선거일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주변 불만은 물론 의구심이 많다"고 성토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선거인단을 위해 5일 오전 9시 30분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는 수송버스를 제공하고 일비·식비도 지원한다. 전국체전 변수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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