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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에 안긴 손연재, "체조 꿈나무들, 도움주고 싶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08-24 18:50


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 경기를 마친 후 어머니 윤현숙씨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16.8.2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2016년 리우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이 열린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태극전사들을 반기는 수많은 인파 사이로 유독 긴장된 표정의 한 사람이 있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22·연세대)의 어머니 윤현숙씨(48)였다.

윤씨는 늘 딸 손연재와 함께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윤씨는 딸을 위해 대회가 열린 브라질까지 다녀왔다. 손연재가 연기할 때는 경기장 한 쪽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딸이 모든 연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릴 때 윤씨도 함께 울었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마친 손연재를 품에 안아 토닥여준 사람도 어머니 윤씨였다. 하지만 귀국길은 달랐다. 손연재는 선수단 본진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고, 윤씨는 이에 앞서 귀국했다.

딸을 기다리는 윤씨의 눈길은 줄곧 출국 게이트를 향했다. 윤씨는 "아직 시차적응도 되지 않았다. 정신이 없다"면서도 어떻게 하면 딸이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게이트가 열렸다. 저 멀리 손연재가 보였다. 어머니는 한 걸음 떨어져서 딸의 귀국을 반겼다.

손연재의 오늘이 있기까지 윤씨는 버팀목이었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바꾼 간판스타다. 그만큼 감내해야 할 것도 많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윤씨에게 투정을 부렸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역시 어머니였다.

손연재는 귀국 인터뷰에서 "엄마가 런던올림픽 때는 체육관에 와서도 경기를 보지 못했다. 브라질까지 가서도 경기 안 볼 거면 오지 말라고 했다"며 "마지막 경기는 엄마가 꼭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이어 "힘들거나 좋을 때나 옆에서 나를 잡아준 것은 가족이다.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리우에서 돌아온 손연재는 일단 휴식을 취하며 미래를 설계할 계획이다. 손연재는 "4년 뒤 도쿄올림픽은 잘 모르겠다. 조금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해진 것 없는 내일. 하지만 딱 하나 만큼은 분명했다.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 오른 아시아 선수는 나밖에 없었다. 리듬체조는 신체 조건 등이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내가 가진 장점으로 보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내가 리듬체조를 시작할 때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만 갖춰진다면 후배들은 나보다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운동하면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최고의 선수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지켜봤다. 나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한국 선수가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세계무대에 자리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4일 오전 인천공항 1층 밀레니엄홀에서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해단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선수단의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는 2016 리우하계올림픽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을 비롯하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강영중 대한체육회장, 선수단 가족이 참석했다. 소감을 말하고 있는 손연재.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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