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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과 배구, 그 사이에는 협회가 있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8-22 17:21 | 최종수정 2016-08-22 18:21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6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서 한국은 아쉽게 패배, 4강행에 실패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궁과 배구 사이, 무엇이 있을까?

협회가 있다. 아주 잘하는 100점짜리 협회, 그리고 아주 열악한 '빵점'짜리 협회가 있다. 그게 차이다.

'빵점'짜리 협회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2006년 기억이 하나 있다. 그 때 일본에서 여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취재를 갔었다.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 사이에서 '영양보충' 이야기가 나왔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못 먹었다. 협회 지원이 넉넉치 못했다.

한번은 김치를 사러 나갔다. 코치와 일본인 자원봉사자가 함께 나섰다. 협회 직원은 없었다. 당시에 든 생각은 "참 어려운 협회네" 정도였다. 10년전이다.

리우올림픽, 그 대한배구협회가 도마에 올랐다. '열악한 지원'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자대표팀을 도울 협회직원이 한명도 없었다. 16명 선수단에 선수가 12명이었다. '도우미'는 감독과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4명 뿐이었다. 통역도 없었다. 김연경이 그 일까지 도왔다고 한다.

훈련 중 식사는 한식도시락이었다. 그런데 국이 식어서 '컵라면'으로 대신 했단다. 뭐, 더 이상 '부실 지원'에 대해 말하기가 싫다.


이유는 있다. 협회직원이 못 간 것은 AD카드가 없어서란다. "가봐야 선수단과 접촉이 안돼 도움이 안된다"는 게 배구협회의 해명이다.

일본 여자대표팀은 대회 시작전 호텔에 묵었다. AD카드 없는 지원인력이 같은 호텔에서 선수들을 돌봤다. 차리리 '변명'을 안하는 게 낫다.

올림픽 기간 중에는 배구협회장 선거도 치렀다. 9일 서병문 후보가 제38대 협회장으로 뽑혔다. 그 날 대표팀은 러시아와 예선전을 치렀다. 이유가 있다. "정부의 경기단체 통합 방침 및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일정에 따라 8월12일까지 협회장 선거를 마쳐야 했다." 배구협회의 해명이다. 양궁협회는 올림픽 전인 지난달 27일 선거를 치렀다. 정말 '뭣이 중한디'다. '선수들 개별 귀국' 이야기까지 하자면 입이 아프다.

다시 생각해 보니 "참 어려운 협회네" 정도가 아니다. '의지'가 의심스러운 협회다.


12일 오후(현지시각)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구본찬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을 마친뒤 정의선 양궁협회장이 구본찬과 손을 잡고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양궁은 전종목을 석권했다. 남자개인 우승자 구본찬은 정의선 양궁협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선수들은 대회기간 내내 현장을 찾은 정 회장을 헹가래 쳤다. 100점짜리 협회, 행복한 선수들이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에 대비, 현대차그룹의 최신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경기용 활의 '비파괴 검사', 불량 화살 분류를 위한 '슈팅머신', 집중력을 위한 '뇌파측정 훈련'….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하면 됐다.

대회 기간 중에는 한식 조리사를 초빙, 음식문제를 해결했다. '따뜻한' 한식도시락도 배달했다. 선수들을 위한 트레일러 휴게실, 물리치료실에 안전을 위한 방탄차까지 제공했다. 그밖에도 들려오는 '칭찬'들이 너무 많다. 전종목 석권, 이유가 있다.

올림픽이 끝났다. 끝은 곧 출발점이다. 새 회장을 맞은 배구협회, 앞으로 몇점을 받아들까. 이제 새 점수가 매겨진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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