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올림픽이 한창인 브라질은 스포츠의 천국입니다.
TV채널을 돌렸다하면 스포츠가 중계됩니다. 사람들도 스포츠와 함께 하는 일상을 당연시 합니다. 특히 구기종목이 인기가 많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대로 축구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 주변 일대가 마비됩니다. 17일(한국시각) 브라질과 스웨덴의 여자 축구 4강이 열린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에는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축구 뿐만이 아닙니다. 배구, 농구, 핸드볼 등이 열리는 날에도 축제를 방불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구기종목 경기가 열리는 곳에는 한국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키스캠, 퀴즈쇼 등으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브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경기도 즐기는 그들의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만큼 스포츠를 관전하는 브라질 국민만의 자세도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경기를 지켜보는 것을 넘어 '재밌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입니다. 17일 브라질 리우 마라카나지뉴에서 열린 한국과 네덜란드의 여자 배구 8강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0-2로 밀리던 한국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자 관중석에서는 '꼬레아' 함성이 물결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경기를 보고 싶으니 힘을 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한국이 조금씩 힘을 내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예 네덜란드의 공격 때는 야유를 보냈습니다. 한국이 공격을 성공시키면 자국 선수들에게 보내는만큼의 환호를 내질렀습니다. 한국이 3세트를 차지한 것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선수들의 투혼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브라질 팬들의 응원도 한 몫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16일 있었던 한국과 중국의 탁구 단체전 4강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최강' 중국의 일방적 공세가 이어지자 브라질 팬들의 입에서 '꼬레아'가 나왔습니다.
배구장에서 '꼬레아'를 연호하던 토스탕씨(42)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는 "재밌는 경기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는 팀이 역전을 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팬들의 몫이다. 이게 브라질인이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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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2016.8.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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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국 선수가 끼어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적극을 넘어 도를 지나친 응원으로 눈쌀을 찌푸릴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진종오가 노메달 그쳤던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이 그랬습니다. 예선탈락이 유력시됐던 브라질의 펠리페 알메이다가 7위로 극적인 결선행에 성공하며 브라질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우!우!우!'하고 외치는 응원 구호와 함성 소리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알메이다가 좋은 점수를 받으면 어김없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고, 슛을 준비 중이던 나머지 선수들은 이 소음에 집중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격발 시간이 늦은 진종오로서는 치명적인 분위기였죠.
16일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이 열린 마라카낭 주경기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아구 브라스 다시우바의 금메달이 유력해지자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다시우바를 제외한 다른 선수가 뛸때마다 듣기 거북할 정도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다시우바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한 프랑스의 르노 라빌레니는 "모든 사람이 내게 야유를 보낸 건 처음 겪는 일"이라며 "선수에 대한 존경을 찾아볼 수 없다. 정말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처럼 올림픽을 즐기는 브라질 팬들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답이야 어쨌든 이번 올림픽을 풍성하게 만드는 이색 볼거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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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메달 획득 실패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진종오가 탈락을 한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2016.8.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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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스포츠2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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