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수는 금메달로 해야죠."
'예비신랑' 김종현(31·창원시청)이 예비신부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예비신부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권나라(29·청주시청)다. 그는 "금메달이 아직 아니다. 지금은 은메달이지만 3자세에서는 열심히 해서 꼭 예비신부에게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했다.
막판 뒤집기가 인상적이었다. 김종현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3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3위 결정전에서 187.3점을 기록하며 기어코 2위로 뛰어올랐다. 막판 추격이 이어졌다. 김종현은 공동 2위 키릴 그리고르얀과 막판 슛오프에 돌입했다. 김종현은 만점을 명중하며 상대를 누르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비록 막판 뒤집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환하게 웃었다.
김종현은 이번 메달로 예비신부에게 그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는 "지금 예비 신부에게 미안하다. 혼자 결혼준비 하고 있다. 도움을 주고 싶은데 미안하다. 이번에도 가기 전에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마음 비우고 욕심 부리지 마라. 몸 건강히 오라'고 해줬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같은 종목이니까 예비 신부가 부담을 덜어준다.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준다. 말하기 전에 챙겨준다. 비타민도 주고"라고 웃었다.
둘은 2년 전 만났다. 선후배 였던 둘은 훈련을 함게 하며 마음이 통했다. 김종현은 권나라를 만나고 성적이 올랐다. 권나라도 김종현의 도움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천생연분이다. 김종현은 권나라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약속했다. 그는 "오늘 잊었던 일은 잊고 남은 경기에 대해서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혼수는 금메달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