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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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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은 왜 수영을 못할까'
6년 전 BBC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6명의 흑인 청소년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은 친구가 강에 빠지자 구하러 들어갔다 모조리 참변을 당했다. 정작 물에 빠진 친구는 지나가던 행인이 구해줘 목숨을 건졌다. 문제는 익사한 6명의 청소년 중 단 한명도 수영을 할 줄 몰랐다는 사실이다.
이 사고는 미국 사회에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흑인은 도대체 왜 수영을 못할까.' 자, 통계를 살펴보자. 죽은 아이들의 부모(역시 흑인) 역시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5세~14세 어린이 익사 비율은 흑인아이가 백인아이보다 무려 3배나 높았다. 수영을 아예 할 줄 모르거나 거의 못하는 아이 비율은 흑인이 70%, 히스패닉이 58%, 백인이 42%였다. 그나마 수영을 할 줄 아는 흑인 아이들도 "스스로 배웠다"고 말했다. 부모나 선생님한테 배운게 아니다.
흑인 부모는 대부분 수영을 못한다. 수영을 못하니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아이들을 익사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흑인 부모는 왜 수영을 못할까. 돈이 없어서? 집에 수영장이 없어서? 흑인특유의 헤어스타일이 염소처리된 물에 닿는게 두려워서? 어느 정도 이유는 되지만 부분적일 뿐이다.
가장 큰 원인은 뿌리깊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서 찾아야 한다. 인종차별적 백인들은 과거 흑인들을 더러운 존재로 여겼다. 식당 출입도 막았다. 하물며 같은 물에 한 몸을 담그는 일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겐 끔찍한 일이었다.
지난 1920~30년대와 1950~60년대 두차례에 걸쳐 미국에서는 수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첫번째 붐이 일었을 때 각 커뮤니티에 2000개여개의 수영장이 지어졌다. 하지만 흑인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백인의 몽니로 출입할 수 없었다.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이 있었던 1960년대 이후 흑인을 위한 수영장이 지어졌다. 하지만 1m 깊이에 12m 길이로 규모가 너무 작았다. 이러한 인종차별 속에 미국 사회에서 수영은 어느덧 '화이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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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medallist USA's Simone Manuel cries while listening to her national anthem on the podium of the Women's 100m Freestyle Final during the swimming event at the Rio 2016 Olympic Games at the Olympic Aquatics Stadium in Rio de Janeiro on August 11, 2016. / AFP PHOTO / CHRISTOPHE SIMON ⓒ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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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으로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스포츠의 영역을 확장 시켰다는 사실이 몹시 기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언젠가 '흑인 수영선수' 시몬으로 불리지 않는 그날을 기다린다. '흑인 수영선수'는 금메달을 딸 자격도, 기록을 경신할 자격도 없는 것 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남들처럼 열심히 했고, 남들처럼 수영을 사랑했고, 남들처럼 이겼을 뿐이다."
12일(한국시각) 리우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에서 미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딴 흑인 선수인 시몬 마누엘(20)의 우승 소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는 시상대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 그리고 단지 과거일 수만은 없는 흑인 탄압사의 아픔이 시몬의 눈물 속에 집약돼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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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medallist USA's Simone Manuel wave her national flag during the medal ceremony of the Women's 100m Freestyle Final during the swimming event at the Rio 2016 Olympic Games at the Olympic Aquatics Stadium in Rio de Janeiro on August 11, 2016. / AFP PHOTO / Odd Andersen ⓒ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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