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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박태환은 왜 결선 진출 실패했나, 결국은 준비 부족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8-07 15:50


400M 자유형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가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경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6.8.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M

예선만 통과한다면 메달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비록 올 시즌 기록이 세계 6위권이었지만 경험과 관록의 힘을 믿었다. 각종 악재에도 '즐겁게'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내이며 긍정 마인드를 주입했다.

충격이었다. '설마' 했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다. 그것도 유일하게 경쟁력이 있다는 주종목 자유형 400m에서 나온 비극이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6조에서 3분45초63을 기록, 4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50명 중 10위에 머물며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에 실패했다. 최악의 결과에 박태환도 "떨어졌네요. 어찌해야 하나…"라며 망연자실해했다.

이날 3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른 박태환은 0.64초의 좋은 출발 반응 속도를 보였다. 8명 중 가장 빠른 스타트였다. 박태환은 레이스 초반 예상대로 4번 레인의 쑨양(중국), 5번 레인의 코너 재거(미국), 6번 레인의 라이언 코크레인(캐나다)과 함께 선두권을 유지했다. 50m에서 26초13를 찍은 박태환은 100m에서 54초74를 기록했다. 균열은 150m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쑨양과 재거가 치고 나갔다. 가까스로 3위권을 유지하던 박태환은 후반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300m에서 4위로 내려앉은 박태환은 특유의 막판 스퍼트를 선보이지 못한채 3분45초63에 머물렀다. 4월 동아대회에서 세운 올 시즌 최고기록 3분44초26에도 미치지 못한 기록이다.

6위로 불안한 위치에 자리한 박태환은 마지막 7조에서 무려 5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결선행에 성공하며 결국 10위로 밀려났다. 박태환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예선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긴장해서인지 막판에 처졌다. 스퍼트도 아쉬웠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겠다"며 "어렵게 기회를 얻었는데 올림픽에서 결승에 나가지 못했다는게 와닿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종목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데 이어 2010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실격 파동' 속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공백이 다소 길었지만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맥 호튼(호주), 재거, 제임스 가이(영국) 등 막강 신예들이 등장했지만, 압도적인 기록은 아니었다. 기복도 심했다. 박태환의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도 "5파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박태환이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선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준비 부족이란 현실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박태환은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이 뒤늦게 결정되며 제대로 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과 이로 인한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이후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놓고 벌인 대한체육회와 갈등 속에 박태환이 실질적으로 훈련할 수 있었던 기간은 약 5개월 정도가 전부다. 실전 경험도 지난 7월의 호주그랑프리가 마지막 대회였다. 박태환은 당시 자유형 400m에서 3분49초18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3위에 머물렀다. 심적인 부담으로 해석됐지만 사실 훈련량 부족이 원인이었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진행했던 훈련이 효율적이었리는 만무했다. 박태환은 미국 마이애미 올랜도를 거쳐 리우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지만, 리우에서도 전담 스태프들이 AD카드를 받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젊은 경쟁자들이 올림픽 준비에 올인하는 동안 멈춰있던 박태환이 이들을 따라잡기란 애초에 무리였다. 박태환도 "2년간 공백도 있었고 훈련 시간도 많지 않았던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스타트는 가장 빨랐지만, 뒷심이 부족했다'는 경기 결과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박태환의 지난 2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재능은 여전하지만 '본인의 실수'든 '어른들의 잘못'이든 그 재능을 100% 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던 결과였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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