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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어기고 배드민턴단을 공중 분해시킨 철강 대기업 포스코가 배드민턴단 해체 관련 후속 조치에 있어서도 눈가리고 아웅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는 자회사였던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배드민턴단을 나몰라라 해 체육계의 비난을 받아왔다.<스포츠조선 6월 29일자 보도>
지난 2014년 2월 당시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통해 여자 실업배드민턴팀을 창단한 포스코는 2015년 3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고 배드민턴팀 소속은 세아창원특수강으로 바뀌었다.
당시 포스코 측은 배드민턴팀과 관련해 "1년간 팀을 맡아주면 포스코 계열사로 다시 인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은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대한배드민턴협회 신계륜 회장 간에 이뤄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1년 시한이 다가온 2015년 12월 15일이 되자 배드민턴팀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유망주 선수, 코치, 감독 등 9명이 소속된 배드민턴팀은 세아창원특수강과 경남체육회의 배려와 실업급여로 6개월을 버티다가 7월 1일자로 길바닥에 나앉았다. 힘없는 배드민턴팀을 상대로 '갑질' 횡포를 부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드민턴협회와 배드민턴팀 측은 권 회장과 신 회장 사이에서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해왔다. 이에 대한 포스코의 대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두 회장의 약속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가 지난 1월 26일 포스코에 발송한 배드민턴팀 구제 호소 공문에 따르면 포스코 권 회장은 2차례에 걸쳐 배드민턴팀 재인수를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은 '창단한 지 1년도 안된 신생 배드민턴단의 해체는 지역사회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2015년 말까지 세아창원특수강에서 배드민턴단을 운영을 하고 12월에 포스코로 옮기는 것으로 포스코 회장과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서로 약속을 해 배드민턴단은 2015년도 말까지 세아그룹 소속 선수단으로 운동을 하였으며 이의 진행상황과 관련하여 2015년 7월에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님과 포스코 회장님께서 다시 포스코 계열사로 운동부의 이전을 진행 중에 있다고 구두로 확인을 받았습니다'라며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포스코는 협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신계륜 전 회장이 직접 권 회장과의 약속을 확인해 준 사실이다. 그것도 2번에 걸쳐 권 회장과 연락을 한 것인데 신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며 의아해했다.
포스코는 1월 29일 협회에 보낸 회신 공문에서도 석연치 않은 핑계를 댄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는 공문에서 '2014년 12월 4일 세아창원특수강 주식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배드민턴단 운영비용도 고려해 주식 매매가격을 산정했다. 그러나 매각 후 세아창원특수강은 자사 소속의 배드민턴단을 운영할 의향이 없으며 포스코가 인수해 갈 것을 요청했다'며 사실상 세아 측에 책임을 돌렸다.
포스코특수강 매각 당시 공시 자료를 보면 포스코는 2014년 3월 18일 최종 계약을 하면서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 지분 54.8%를 세아베스틸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2만2250원이고 매각 총액은 4185억원이다. 당초 책정된 주당 3만150원보다 낮아진 매각 가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포스코특수강의 매각 금액이 낮아진 것은 실사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과 포스코특수강의 베트남 공장 등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매각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면서 "명색이 1조원 가치가 넘는 기업 인수 합병인데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드민턴팀 운영비용까지 감안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포스코는 "협회 측에 공문을 보내면서 선수들이 다른 팀을 찾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공문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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