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깎신'주세혁 크로아티아오픈 10년만에 우승, 의미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5-29 17:55



역시 명불허전, '깎신'이었다.

리우올림픽의 해, 남자탁구 대표팀 '맏형' 주세혁(36·삼성생명)이 크로아티아오픈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주세혁은 29일(한국시각)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2016 크로아티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띠동갑 한솥밥 후배'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을 꺾었다. 2006년 코리아오픈 이후 무려 10년만에 단식 패권을 거머쥐며 세월을 거스르는 '깎신'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리우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삼은 주세혁은 지난 3월 세계선수권 이후 후배 이상수에게 단식 출전권을 양보했다. 오직 단체전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몸만들기'에 집중했다. 두달만에 크로아티아오픈에 나선 '세계 최강 수비수' 주세혁의 커트는 더욱 날이 섰다. 8강에서 일본 톱랭커, 세계 6위 미즈타니 준을 4대1(11-7, 6-11, 12-10, 11-6, 11-6)로 꺾은 주세혁은 준결승에서 홍콩의 '19세 영건' 호콴킷을 4대1로 꺾었다. '파죽지세', 결승에 올랐다.

선배의 분투에 후배 역시 선전으로 화답했다. 국내 실업랭킹 1위 정영식은 4강에서 대만의 톱랭커이자 세계랭킹 7위 추앙츠위엔을 4대1(11-6, 11-8, 10-12, 11-7, 11-3)로 꺾었다. 선후배 맞대결이 성사됐다. 각각 일본, 대만의 톱랭커를 꺾은 한솥밥 선후배가 결승에서 만났다. 선후배는 '진검승부'했다.

주세혁과 정영식은 지난해 7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당시 승자는 후배 정영식이었다. 대선배 주세혁을 4대1로 꺾고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세혁이 정영식에게 먼저 2세트를 4-11, 5-11로 쉽게 내주며 밀렸지만 이후 2세트를 11-6, 11-8로 연거푸 따냈다. 정영식이 다시 11-6으로 5세트를 가져왔지만 6세트 주세혁이 듀스게임을 13-11로 마무리하며 다시 세트스코어 3대3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7세트를 11-7로 따내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풀세트 접전끝에 4대3으로 승리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10년만에 감격 우승의 역사를 썼다.

런던올림픽에서 오상은, 유승민 등 베테랑 삼총사와 함께 값진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주세혁은 지난 4년간 나홀로 대표팀에서 분투했다. 선배의 책임감으로 세대교체기,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징검다리 역할을 자임했다. 지난 3월 콸라룸푸르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멤버' 이상수, 정영식 등 당찬 후배들을 이끌고 동메달을 기어이 되찾아왔다. 후배들과 함께 나서는 마지막 리우올림픽을 치열하게 준비중이다. 강문수 남자대표팀 총감독, 이철승 남자대표팀 코치 겸 소속팀 삼성생명 감독의 배려 속에 재활에만 집중해왔다. 자가면역질환인 희귀질환 베체트병과 투병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올림픽을 치르는 일에 집중해온 맏형이 사건을 냈다.

'한솥밥 '선후배의 동반 결승 진출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리우올림픽 단체전 4강 시드를 위해 한마음으로 분투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팀랭킹은 현재 6위다. 올림픽 메달권에 좀더 쉽게 다가서려면 4강 시드 확보가 중요하다. 경쟁국인 일본의 미즈타니준, 대만의 추앙치유엔 등 톱랭커들을 격파하며 랭킹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올림픽 본선 시드 배정은 8월 ITTF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한다. 남은 기간 랭킹 포인트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내달 일본오픈에 이어 '안방' 코리아오픈 등 4개 월드투어가 이어진다. 크로아티아오픈에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우승, 준우승을 휩쓸었다. 리우 4강 시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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