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소영"리우패럴림픽 척수장애인 위한 일회용 카테터 지원 절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5-12 21:36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9월 리우패럴림픽(9월 7~18일)이 펼쳐진다. 장애인 스포츠 최대의 축제, 리우패럴림픽을 앞두고 현장에선 척수장애인 선수들의 '삶의 질'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자가도뇨 카테터' 보험 적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가도뇨 카테터'는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 척수 손상을 입은 장애인들의 배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카테터' 문제는 뜨거운 이슈였다. 일생일대의 패럴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야할 장애인 선수들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위해 일회용 카테터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여자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재활지원센터장이 '선수'의 마음으로 직접 패럴림픽 후배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글을 기고했다.
<편집자주>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 협회 재활지원 센터장  스포츠조선 DB
오는 9월 7일부터 18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개최된다.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혹여 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해지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일명 '징크스'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행동이 마치 불운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만드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부분이 대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래 전 체조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듯 나에게도 시합이 가까이 다가오면 피하는 행동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손톱과 발톱을 깎지 않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손톱과 발톱의 길이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느낄 수 없겠지만, 체조선수는 반복적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 감각으로 공중돌기를 하고 어려운 난이도를 실행하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손톱을 깎으면 평행봉을 잡는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고 발톱을 깎으면 평균대에 올랐을 때 균형 감각에 변화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수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생갭다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사소한 것의 영향은 생갭다 아주 클 수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서는 더욱 예민하게 신경 쓰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필요로 한다. 그건 장애인 선수라고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들, 특히 척수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자기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운 문제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척수장애인은 마비로 인한 신체적 장애보다 배뇨기능 장애에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신체 활동 중 하나인 생리적 현상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란 단순한 설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충이다. 많은 척수장애인은 감각마비로 방광에 소변이 차도 느낄 수 없고 몇 시간마다 자가도뇨 카테터를 방광에 삽입하여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해야 한다. 일반 척수장애인에게도 이것은 여간 번거롭고 까다로운 절차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매일 4~6회 자가도뇨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 때문에 휴대용 또는 일회용 제품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가도뇨 시 중요한 위생관리가 소홀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방광염, 요로감염, 방광요관 역류 같은 합병증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매우 견디기 힘든 이러한 합병증이 만약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빤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자가도뇨 카테터는 보험 적용이 되고 있어 비용 부담 없이 품질 좋은 일회용 카테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척수장애인은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으로 분류되어 동일한 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똑같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선천성은 보험적용이 되고 후천성은 불가한 제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혜택의 차별로 인한 배뇨문제로 인해 경기에서 자신의 역량과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르는 수많은 척수장애인 선수들이 안쓰럽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올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하지만 척수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배뇨 문제와 비뇨기계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지 않을까 싶다.

척수장애인 선수들의 배뇨 문제가 경기에 끼치는 중대함과 심리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위생적이고 편리한 카테터 사용과 선수의 경기 결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척수장애인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 믿는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을 가진 척수장애인을 위한 일회용 카테터 보험 적용이 하루 속히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재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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