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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전 4관왕' 박태환 "동아'올림픽'대회를 치른 기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4-28 18:58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100m 남자일반부 결선에 나선 박태환. 광주=김표향 suzka@sportschosun.com

마지막 100m. 힘차게 물살을 가른 박태환(27)이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제서야 물살 위로 번지는 환한 미소. 나흘간 그를 옥죄던 긴장감과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48초91. 대회신기록이다. 자신의 최고기록(48초42)엔 못 미쳤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올림픽자격기준(A기준기록·48초99)은 무난히 통과했다. 더구나 100m는 그의 주종목도 아니다.

가뿐 숨을 몰아쉰 박태환은 동료 선수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물밖에서는 노민상 감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자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스승은 대견하다는 눈길로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석에는 박태환을 응원하는 플래카드와 손팻말이 대회 기간 내내 걸려 있었다. 한국과 중국의 팬들이 경기를 마친 박태환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관중석 가까이 다가온 박태환이 수영모를 던졌다. 열띤 응원에 대한 보답이다. 뜻밖의 선물을 손에 넣은 팬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제88회 동아수영대회로 공식 복귀했다.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25일부터 나흘간 한 종목씩 경기를 치렀다. 1500m 우승을 시작으로 주종목인 200m와 400m에 이어 마지막 100m까지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네 종목 모두 A기준기록을 충족했다. 도핑파문으로 선수자격을 잃었던 18개월간의 공백은 나흘만에 완벽히 복구됐다.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긍정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도 자신있다"며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한체육회는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며 국가대표 선발규정의 개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박태환은 향후 3년간 국가대표로 뛸 수 없다. 이 규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중처벌 금지에 위배된다는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대회를 마친 박태환은 후련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개인적으로 기록은 아쉽다"고 운을 떼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간의 훈련 과정에 대해선 "심리적인 면에서 조금 힘들었다"며 "동아수영대회가 아니라 '동아올림픽대회'라는 압박감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체육회의 강경한 입장 표명 이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등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태환은 "회사에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라며 "오늘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기회도 준비가 돼 있어야 잡을 수 있다"면서 "나는 준비가 돼 있다.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함께 자리한 노민상 감독은 "징계 기간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원칙, 규정, 형평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태환이를 꼭 올림픽에 보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큰절을 하기도 했다.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박태환도 스승의 절박한 읍소 앞에서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환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박태환은 "서울에 올라가 하루이틀 쉬고 다시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며 변함 없는 의지를 다졌다.
광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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