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자유형 1500m 우승…'구제론' 힘 얻을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4-25 20:21


21일 오후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이 25일부터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 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태환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1.

'돌아온' 박태환(27)의 자리는 여전히 '1위'였다.

박태환은 25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1500m 일반부 결승에 출전해 우승했다. 2014년 11월 초 제주에서 끝난 전국체육대회 이후 약 18개월 만의 공식 복귀전. 7번 레인에서 출발해 50m 코스를 15번 왕복한 박태환은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기록은 15분10초95. 지난해 국군체육부대 소속 백승호가 세운 대회기록 15분31초99를 21초 가량 앞당기며 신기록을 썼다.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최고기록은 2012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에서 작성한 14분47초38이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한국신기록이기도 하다.

이번 기록은 전성기 시절엔 못 미친다. 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올랐을 때(15분12초15)보다도 빨랐다. '리우올림픽 기준기록 A'인 15분14초77도 손쉽게 통과했다. 올해 아시아 시즌 기록에선 4위에 해당한다.

박태환의 레이스는 말그대로 '독주'였고,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레이스 초반엔 페이스를 조절하다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렸다. 경쟁자들과 격차도 점점 벌렸다. 후반부엔 경쟁자가 없다시피 할 정도로 크게 앞서 나갔다.

박태환은 경기 전에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경기장에 나와 여유롭게 몸을 풀었다. 기록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경기장은 박태환을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팬들은 응원 문구를 써넣은 손팻말을 흔들며 소리높여 "박태환 화이팅"을 외쳤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경기장 밖에 내걸리기도 했다. 박태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중석 팬들의 환호성이 뒤따랐다.

자유형 4개 종목에 참가신청을 낸 박태환은 26일 200m, 27일 400m, 28일 100m 경기에 차례로 나선다. 주종목은 400m다. 1500m는 일종의 몸풀기인 셈이다. 박태환을 지도했던 노민상 감독은 경기 전 만난 자리에서 "박태환의 1500m 기록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박태환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태환이 1500m 우승을 시작으로 참가 종목을 모두 휩쓸며 대회 4관왕을 달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으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며 "1500m보다 주종목인 400m와 200m에서 좋은 기록을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받은 선수자격 정지 18개월 징계는 지난 3월 2일 풀렸지만,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발이 묶여 있다. 현행 규정은 '도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 규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지적에도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태환의 성공적인 복귀와 함께 여론의 추이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주종목까지 독보적인 기록을 달성한다면 '박태환 구제론'이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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