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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기에서 47세 선수에게 진 후 그만해야 되나 고민했다."
이날 마지막 4단식, 1세트를 쉽게 따낸 후 2-3세트를 듀스 대접전끝에 내줬다. 그러나 4-5세트를 따내며 3-2로 끝내 승리했다. "마지막에 정말 긴장됐다. 2년전 도쿄세계선수권 대만과의 8강전에서 역전패하며 4강행이 좌절됐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기서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은메달 멤버 오상은, 유승민이 떠난 후 나홀로 대표팀을 지켰던 주세혁에게 후배들과 처음 나선 2014년 도쿄세계선수권 4강 탈락은 시련이었다. 이번 대회 4강행은 그래서 더욱 간절했다. 2년을 독하게 와신상담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그의 세리머니에는 그 절실함이 담겼다. 이상수, 정영식 등 후배들이 달려와 주세혁을 번쩍 들어올렸다. 안재형 남자대표팀 감독, 이철승 코치와 정상은, 장우진 등 남자대표팀이 둥글게 둘러선 채 파이팅을 외쳤다. 주세혁은 "2년전 실패했다가 4강에 재진입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그때보다 훨씬 잘해줬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위기를 잘 극복했다. 이렇게 스스로 극복해야 멘탈이 강해진다. 우리 후배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음부터는 내가 없어도 될 것같다"며 하하 웃었다.
36세 월드클래스 수비수 주세혁의 분투에는 감동이 있었다. 첫 경기 패배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지난 대회 노메달의 아픔도 극복했다. "모든 대회에서 첫게임을 지고 나면 그것을 회복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 골반 부상으로 인해 대회 직전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정신력으로 그는 위기를 극복했다. 빠르게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공격을 깎아냈고,. '세계 최강의 수비수'답게 한국탁구의 4강을 지켜냈다. 후배들의 뒤를 지키는 든든한 '철벽'이 됐다. 우리는 그를 '주세혁'이라고 쓰고 '깎신'이라고 읽는다.
쿠알라룸푸르=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