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탁구 8강 직행,'탁구 꽃미남'정영식의 근성이 빛났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02 18:48


정영식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오늘 8강에 올라가는 데 있어 (정)영식이가 3번에서 탕펭을 잡아준 것이 승리의 80% 이상을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자탁구대표팀의 맏형, 주세혁(삼성생명)은 쿠알라룸푸르세계선수권에서 '난적' 홍콩을 3대1로 제압하고 전승, 조1위로 8강에 직행한 직후 후배 정영식(대우증권)의 활약을 칭찬했다.

2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말라와티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세계탁구선수권(단체전) 조별리그 5차전에서 한국은 홍콩에 3대1로 승리했다. 1단식에서 이상수가 '홍콩 톱랭커' 펜홀더 전형 웡춘팅(세계랭킹 12위)에게 1대3으로 졌다. 제2단식에서 주세혁이 호콴킨을 3대0으로 잡아냈다.

게임스코어 1-1 상황, 제3단식에서 정영식이 '홍콩 에이스' 탕펑(세계랭킹 17위)과 맞붙었다. 정영식은 2010년, 2013년 탕펑과의 두차례 맞대결에서 2전패했다. 탕펑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정영식은 고전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4세트 3-3부터 13-13까지 타이와 듀스가 이어지는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15-13으로 4세트를 따냈다. 5세트 심리적으로 흔들린 건 탕펑이었다. 정영식이 탕펑을 11-8로 돌려세우며 승리했다. 팀의 명운이 걸린 단체전, 팀에 값진 승리를 안긴 정영식이 뜨겁게 포효했다. 이상수는 "영식이와 함께 밤새 작전을 준비했는데, 탕펑이 길목마다 막고 들어왔다. 영식이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을 텐데 '꾸역꾸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더니 끝내 이겨내더라"며 후배의 집념을 인정했다.

주세혁의 분석대로, 이날 정영식의 승리는 8강행 승부처였다. 4세트 '깎신' 주세혁이 왕춘팅을 3-1로 꺾으며 게임스코어 3대1로 한국이 승리했다. 조별리그 5연승, 조1위로 8강에 안착했다.


정영식과 이상수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이상수 정영식 주세혁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1992년생 정영식의 첫 세계선수권은 2010년이었다. 열여덟살에 나선 로테르담세계선수권(개인전)에서 '절친' 김민석과 함께 남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 은메달, 남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며 '꽃미남' 탁구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정영식은 '테크니션'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의 애제자이자 자타공인 국내 톱랭커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웬만해선 1위를 놓치지 않는 절대 에이스다. 리시브가 좋고 연결력이 뛰어나다. 국내랭킹 1위, 전국체전, 남녀종별탁구선수권, 남녀종합탁구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 선후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별한 노력과 탁월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정영식에게는 종종 '국내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강력한 드라이브나 선제 공격보다는 지구전, 연결에 능한 탁구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었다.

정영식의 가장 큰 장점은 조언에 대해 귀를 연다는 점이다. 단점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을 흘려듣지 않았다. 귀담아 듣고, 진심을 다해 고치려 애썼다. 보다 공격적으로 도전했고, 드라이브를 연마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 지난 6년간 부단히 노력해왔다. 정영식은 '중원고 선배' 이상수와 함께 '태릉 연습벌레'로 통한다. 탁구장의 불을 켜고, 끄는 선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정영식은 지난해 6월 필리핀오픈 단식 준우승에 이어 호주오픈 탁구에서 첫 단식 정상에 섰다. 지난해 7월엔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선배 주세혁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30위권을 맴돌던 세계랭킹은 지난해 20위권 이내로 진입했고, 리우올림픽의 해인 올해 2월,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3위를 찍었다. 리우올림픽에 함께 나설 선배 주세혁(16위), 이상수(19위)보다 앞선 대한민국 톱랭커다.


정영식은 이날 탕펑과의 경기를 복기했다."탕펑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두번 졌지만, 그때는 랭킹도 낮았고, 많이 어렸다. 지금 다시 붙으면 50대 50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성장한 정영식의 탁구는 탕펑에게 호락호락 밀리지 않았다. 정영식은 "4세트, 듀스 대접전끝에 15-13으로 잡은 것이 승부처였다"고 털어놨다. "세계선수권의 경험이 리우올림픽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겼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나는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세트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 있다"고 했다. 정영식의 진솔한 말 속엔 특별한 울림이 있었다. "탁구를 하면서 기술적인 것 때문에 좌절한 적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즈타니 준(일본), 드미트리히 옵차로프(독일)의 플레이를 유심히 본다. 기술이 최고인 선수들은 아니지만 누구와 붙어도 웬만해선 지지 않는다. 지지 않는 기술, 이기는 습관이 있다. 그 선수들과 내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기고 싶은 선수들 중 하나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콸라룸푸르=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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