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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명예회복' 간절한 박태환을 둘러싼 수영장 안팎의 기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02 09:04



박태환에 대한 국제수영연맹의 징계가 풀린다.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인해 지난해 3월23일 FINA 도핑청문회에서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4년 9월3일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다. 징계기간동안 국가대표 훈련 및 공식적인 훈련, 대회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박태환은 이후 지난 6월 이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수영장 노민상수영교실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1시간 반 동안 일반회원들과 함께 물살을 갈라왔다. 모든 징계가 해제되는 3일부터 선수 자격을 회복하면, 훈련 및 대회 출전이 자유로워진다.

국가대표 '이중징계' 선발규정, 어떻게 될까

이제 남은 문제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이다. 대한체육회가 2014년 7월15일 개정한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징계 기간이 끝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5조는 도핑뿐 아니라 폭력행위, 성추행, 성희롱 등에 대한 '징계만료 이후 3년 이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이중징계 규정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태환에 대한 FINA의 징계는 풀렸지만, 체육회 징계기간은 1년 이상 남았다. 이 규정에 대해 법조 전문가들은 '이중징계'의 부당성을 이야기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년전 폐기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2011년 10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 일명 '오사카룰'에 대해, '이중처벌'이므로 더 이상 적용되서는 안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IOC는 해당 규정을 폐기하고, 2011년 10월 28일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중징계 규정의 부작용으로, 경기단체의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한다. 체육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이 법을 '박태환룰'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1차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라고 했다. "해당 선수가 향후 3년간 국가대표 선발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경기단체가 현장에서 폭력 등 관련사실을 은폐, 축소하거나, 1차 징계에서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계 각종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자정'의 뜻에서 개정된 이 규정은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 존속 여부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올시즌 남자자유형 400m 톱5 기록
명예회복 꿈꾸는 박태환, 수영장 안팎의 기류

박태환의 징계가 풀리는 시점에서, 대한수영연맹은 고위 임원들의 비리 혐의 문제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박태환의 스승' 노민상 감독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과정 및 횡령, 상납 등에서 해묵은 비리들이 터져나오면서, '박태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3월27일까지로 예정된 통합체육회 출범 일정이 IOC의 정관 검토 문제로 지체되면서 '박태환 문제'는 일단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로 미뤄뒀다.

수영장 밖 정치적 상황은 좋지 않지만, 수영장 안의 경기력적인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올시즌 세계 수영계의 남자 400m의 기록은 저조하다. 이탈리아 가브리엘 데티의 3분 46초 46이 시즌 최고 기록이다.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 때 파울 비더만이 전신수영복을 착용하고 세운 3분40초07의 기록은 요지부동이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기록한 3분41초53이다. 2014년 8월 팬퍼시픽대회 3연패 당시 박태환의 기록은 3분43초15였다. 각국의 올림픽 선발전이 올해 3~5월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중장거리 기록은 분명 하향세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깜짝 금메달을 획득했던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의 올시즌 베스트 기록은 3분47초61에 머물렀다. 리우올림픽에선 주종목인 개인혼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라이벌' 쑨양은 1월 호주전훈중 발가락을 다쳤다. 수술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주위의 환경, 관심, 올림픽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수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돌아온 지난해 12월 이후 겨우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오후 훈련, 체력훈련을 꾸준히 이어왔다. '아쿠아로빅' 여성회원들 틈바구니에서 꿋꿋하게 물살을 갈랐다. 지난해, 8차에 걸친 재판과정을 통해 도핑과정에서의 고의성 없음은 입증됐다. 최악의 상황, 최악의 환경속에 명예회복 의지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노민상 감독은 비리 혐의로 시끄러웠던 지난달 26일 새벽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박태환과 함께 훈련을 이어갔다"고 했다. "당연히 평소와 똑같이 훈련하고 있다. 요즘 태환이가 아주 잘하고 있다. 눈빛도 태도도 다르다. 3월에 좀더 강한 훈련으로 기록을 끌어올릴 것이다. 4월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박태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4월로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박태환 역시 4월 선발전을 목표로 날마다 자신의 기록과 싸우고 있다. 노 감독이 귀띔한 박태환의 기록은 기대 이상이었다. 징계가 풀린 만큼, 집중적인 훈련을 위한 해외 전훈도 고려하고 있다. FINA가 발표한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준기록A는 자유형 400m 3분50초44, 200m는 1분47초95다. 박태환이 선발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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