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W]"4종목서 큰실수 안한 선수,손연재가 유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2-28 17:05


핀란드 에스포월드컵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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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시즌 첫 국제체조연맹(FIG) 공인 월드컵 시리즈인 핀란드 에스포월드컵 개인종합에서 짜릿한 '역전' 은메달을 따냈다. 일주일전 모스크바그랑프리 개인종합 은메달에 이은 2연속 메달이자, 역대 개인 최고점을 뛰어넘은 의미있는 메달이다. '리우 올림픽의 해' 눈부신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연재는 27일 밤(한국시각) 핀란드 에스포 메트로아레나에서 펼쳐진 에스포월드컵 둘째날 경기, 곤봉과 리본에서 나란히 개인 최고점인 18.400점을 찍었다. 전날 후프(18.400점)-볼(18.350점)을 합산한 4종목 합계 73.550점을 기록하며 '러시아 에이스'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3.750점)에 이어 극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0.05점 앞섰던 경쟁자 안나 리잣티노바(73.250점)를 0.3점차, 3위로 밀어내며 시즌 첫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리듬체조 종목에 배정된 올림픽 메달은 개인종합과 팀 경기, 단 2개뿐이다. 러시아, 동구권 경쟁자들이 총출동한 2번의 대회에서 2회 연속 개인종합 은메달은 '기선 제압' 그 이상의 의미다. 리우올림픽 메달의 '청신호'다.




2연속 은메달, 체력이 달랐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예선 전종목에서 18점을 넘었고, 이중 3종목에서 '개인 종목 최고점'인 18.400점을 찍었다. 총점 73.550점은 직전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 은메달 때의 72.964점을 넘은 개인 최고점이자, 지난해 8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72.800점을 넘어선 월드컵 개인 최고점이다. 일주일만에 이어진 대회에서 손연재는 4종목 모두 큰 실수없이 18점대 고득점을 찍었고, 모스크바그랑프리보다 한층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대회 연속 실수 없는 침착한 연기력과 경기운영은 인상적이었다. 시니어 7년차의 관록이 빛났다. 자신의 최고점을 뛰어넘었고, '리우 라이벌' 리잣티노바, 스타니우타와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대회 현장에 심판으로 참가한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기술위원장은 "톱5에 든 선수 가운데 4종목에서 큰실수를 하지 않은 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했다"고 평가했다. 첫날 2위였던 리잣티노바는 곤봉에서 18.200점에 머물렀다. 리본에서도 마지막 DER(Dynamic Elements with Rotation and throw, 회전과 던지기를 동반한 다이내믹 요소) 난도를 놓치며, 18.250점에 그쳤다. 손연재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러시아 에이스' 솔다토바 역시 리본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18.200점에 그쳤다.

시즌 초반 선수들은 훈련량과 경기력 부족, 긴장감 등으로 실수하기 마련이다. 손연재 역시 그랬다. 그러나 올림픽 시즌인 올해 손연재는 확실히 달라졌다. 준비된 체력과 집중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직후 한달간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했다. 모교인 연세대에서 한달 가까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다.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도 체력 전담 트레이너가 동행했다. 보디라인이 중요한 리듬체조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스트레칭, 발레와 프로그램 반복 훈련으로 몸매를 다진다. 새시즌을 앞두고 손연재는 "웨이트를 이렇게 많이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월드컵 시리즈 개막전인 이번 대회에는 '오랜 파트너' 송재형 송피지컬 원장이 현장에 동행했다. 송 원장은 손연재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켜본 전문 트레이너다. 런던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광주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현장에서 늘 동고동락해왔다. 손연재의 장기인 '멀티풀 푸에테 피봇'은 발목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 지난 7년간 '무한반복' 피봇을 돌아온 양 발목은 성치 않다. 그만큼 치료 및 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올림픽 시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및 체력관리다. 손연재는 "트레이너 선생님께 관리를 잘 받아왔기 때문에 크게 다친 곳은 없다. 그러나 운동하면 아프고, 운동 안하면 안아픈 상태다. 선수라면 다 마찬가지다. 쉴 수 없기 때문에, 잘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기 직후 치료, 재활로 발목을 풀어가며 경기하고 있다.

시즌 최고점, 종목 최고점 그리고 남은 0.1점


리듬체조 선수들의 프로그램은 시즌 내내 계속 진화한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한다. 부족한 난도를 메우기도 하고, 실수가 잦은 난도는 안정적으로 낮추기도 한다. 모스크바그랑프리 은메달 이후 일주일만에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프로그램을 손볼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프로그램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했다. 2번의 실전을 통해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새시즌을 앞두고 손연재는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단 1초도 쉴틈없는 꽉찬 프로그램, 댄스스텝과 푸에테 피봇 등 장기를 최대한 살린 '고득점 전략'을 세웠다. 리듬체조 점수(20점 만점)는 난도(D) 10점, 실시(E) 10점의 합산이다. 기본적으로 정상급 선수들의 난도표는 10점 만점을 목표 삼는다. 실시는 얼마나 그 난도를 정확하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평가다. 18.400점의 점수에서 손연재는 난도(D) 9.2점, 실시(E) 9.2점을 받았다. 실시를 9.2점대로 끌어올렸다. 향후 실시에서 9.3점 이상을 받아낸다면 꿈의 18.5점 이상의 점수가 가능하다.

선발전 당시 '애절한' 볼, '발랄한' 곤봉, '고혹적'인 리본에 비해 후프 종목의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심판들과 팬들의 인상을 좌우하는 첫 종목인 만큼 보다 강렬한 연기와 포인트로 채울 여지가 있다. 리본 역시 미세한 실수를 줄인다면 '고득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손연재는 향후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 등과 '0.1점의 차이'를 메우기 위한 묘책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3월17일부터 시작되는 리스본월드컵까지는 2주 정도 여유가 있다. 이 기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0.1점'의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이날 첫 월드컵 현장, 손연재 프로그램에 대한 심판들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김 위원장은 "작품도 음악도 좋다고 호평하더라. 분위기가 좋았다"고 귀띔했다. "모스크바그랑프리보다 더 차분해지고, 더 자신있게 연기했다. 이번엔 18.400점을 받았으니, 프로그램을 좀더 다듬고 숙련도가 더 높아지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손연재 핀란드 에스포월드컵 리본
손연재 핀란드 에스포월드컵 곤봉
손연재 핀란드 에스포월드컵 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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