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했던 수영연맹 '이사 해임' 절차 논란...이사회 해임권 없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2-26 13:01 | 최종수정 2016-02-26 13:07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의 공식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연맹이 일방적으로 이사 해임을 발표한 것은 마음이 아프다."

'박태환의 스승' 노민상 감독은 26일 대한수영연맹의 전격적인 이사 해임에 대해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22일 정 모 수영연맹 전무를 구속했다. 국가대표 선발, 임원 선임 등의 청탁과 관련해 다른 임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적용했다. 사설 수영클럽을 운영하는 수영연맹 이사인 박모씨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씨에게 1억여 원을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정씨가 다른 임원 2명으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포착됐다. 연맹 시설이사 이모씨는 수영장 시설공사업체로부터 시설 공인인증 청탁과 함께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노 감독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아직 검찰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연맹 징계가 먼저 나온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결과를 보고 징계해야지 미리 이렇게 하는 법이 어딨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한수영연맹은 25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각 언론사에 배포한 사과문을 통해 비리 혐의에 연루된 정 모 전무이사, 노 감독, 이모 시설이사, 박모 총무이사 등 4명을 모든 보직과 직위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의 판결에 따라 상벌위를 통해 엄정하게 징계조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귀섭 전 국군체육부대 경기대장을 신임이사로 선임해, 전무이사 직무를 대리토록 하고 리우올림픽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뭇매속에 수영연맹은 사과문을 통해 발빠르게 대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은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최측근이다. 이 회장이 2010년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줄곧 동고동락해온 이들이다. 해당 임원의 해임보다 수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있는 행보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련의 비리, 수억원 대의 이권이 오간 정황 속에 구조적인 비리일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꼬리 자르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이자 통합추진위원장으로서 문체부 주도의 대한체육회-생활체육회 통합에 일관되게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2일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강압적,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 입지를 축소하고 왜소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의사 결정을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표적수사' 논란에 김 종 문체부 제2차관은 "'오비이락'이다. 그렇게 써달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표적 수사' 여부를 떠나 국가대표 선발 비리부터 청탁, 횡령, 배임수재까지 검은 혐의가 줄줄이 쏟아지는 작금의 상황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선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내내 통합추진위원장 자격으로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왔다. 문제 단체의 수장이 대한체육회 대표 목소리가 되기는 힘들다.

수영연맹의 이사 해임 통고는 법적,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수영연맹 정관에 따르면 임원의 해임은 이사회의 권한이나 의결사항이 아니다. 대의원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대한수영연맹 정관 제32조(임원의 불신임)에 따르면 '총회는 임원에 대하여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중략) 해임안은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중략)해임안이 의결되었을 때에는 해당 임원은 즉시 해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 따라 구속 및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사안에서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이뤄진다. '제24조(임원의 직무)'를 통해 '연맹의 임원이 연맹의 운영과 관련된 범죄사실로 기소되었을 경우 그 직무가 정지된다' '연맹의 임원이 연맹의 운영과 관련된 비위의 사유로 상위단체의 감사처분을 받아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그 직무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노 감독을 포함한 이사 4명의 전격 해임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당연히 신임이사 선임, 전무이사 직무 대행도 있을 수 없다. 연맹은 사과문을 통해 체육행정에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인사인 정귀섭 전 국군체육부대 경기대장을 신임이사로 선임하고 전무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조직은 정관과 시스템에 의거해 돌아간다. 해임의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자신들 스스로 정관을 지키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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