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마지막 모스크바그랑프리銀 '이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2-21 12:49






'마지막 모스크바그랑프리,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끝까지 화이팅!'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는 21일(한국시각) 모스크바그랑프리 개인종합 은메달을 획득한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렇게 썼다. 빛나는 은메달과 트로피, 상패, 꽃다발을 찍어올렸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직후인 2011년 모스크바 전지훈련을 결정했고, 이후 러시아체조협회가 주최하는 모스크바그랑프리는 매시즌 손연재의 첫 실전 모의고사 무대였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출전했다. 새 시즌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월드컵 시리즈 대회에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국제체조연맹(FIG) 주관 대회에서 '최강' 러시아선수들이 쿼터 제한으로 3명 이상 출전하지 못하는 데 비해, 국내 대회인 모스크바그랑프리는 에이스, 유망주 할 것 없이 두터운 선수층이 모두 나서는 '복마전'이었다. 오히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무대로 인식됐다. 손연재는 2011년 개인종합 19위를 기록했다. 2014년 개인종합 6위가 손연재의 개인종합 최고성적이었다. 2013년 이후 종목별 동메달은 꾸준히 따왔지만, 18점대 후반 러시아 에이스들이 즐비한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서 개인종합 메달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날 손연재의 은메달은 '쾌거'다. 그간 그녀의 메달을 두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이들도 많았다. 뛰어난 러시아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거나, 아시아권 대회라며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대회 은메달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값지다. '세계선수권자' 야나 쿠드랍체바를 제외한 러시아 국가대표팀 에이스 6명이 나섰다. 1위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4.066점)만이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손연재는 솔다토바와 함께 이번 대회 전종목 18점대를 기록한 단 2명의 선수다. 차세대 원톱을 노리는 쌍둥이 국가대표 아리나 아베리나가 곤봉, 리본에서 분전하며 72.682점으로 손연재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손연재는 러시아 최강으로 군림해온 마르가리타 마문(4위, 72.432점)을 제쳤고, '라이벌' 멜리티나 스타니우타(5위, 72.249점)도 밀어냈다. 마문과 스타니우타는 실수했지만, 손연재는 실수하지 않았다.

손연재가 은메달 후 직접 써올린 글은 의미있다. 그녀의 말 대로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마지막이자 시작'이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리우올림픽을 본인의 은퇴 무대로 결정했다. 매시즌 출전했던 모스크바그랑프리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마지막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새시즌 첫 대회인 만큼 올림픽 꿈을 향한 시작이기도 하다. 아직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몸에 익지 않은 탓에 경쟁자들의 실수가 잦았다. 손연재는 초반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 다른 시즌과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웨이트트레이닝 등 강도높은 체력훈련으로 몸만들기에 나섰다. 7년차 시니어로서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12월 일찌감치 새 프로그램을 받았고, 1월 선발전에서 큰 실수 없이 선보일 만큼 짧은 시간동안 집중력 있게 연습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고득점을 직겨냥했다. 푸에테피봇 등 장기를 극대화했고, 다리를 펴고 도는 동작으로 가산점을 노렸으며, 리드믹 스텝을 강화해 1초도 쉴틈없이 꽉찬 무대를 만들었다. 종목별로 자신만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다채로운 색깔을 염두에 뒀다. 리드믹스텝과 수구 조작을 함께하면서 감점 요인을 줄이려면, 절대적인 연습량과 절대적인 체력이 수반돼야 한다. 손연재는 첫시즌 첫대회에서 그간의 노력을 입증했다. 모스크바그랑프리 출전 사상 첫 개인종합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의 해는 이제 시작이다. 리우올림픽에서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메달을 다짐하고 있다. 손연재 스스로 가야할 길을 알고 있다. 시작인 만큼 자만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까 끝까지 화이팅!'이라고 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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