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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그 끝은 없다.'
모터스포츠는 속도를 겨루는 경기이기에, 보는 이들에겐 더할 수 없는 짜릿함을 준다. 여기에는 최고의 경주를 보여주기 위해서 스피드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드라이버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임채원(32)은 20대 중반에 뒤늦게 카레이싱에 뛰어든 늦깎이 드라이버로, 처음에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출신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주차에 대한 원리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며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여기에 강한 승부근성까지 더해지면서 좁은 국내무대를 떠나 일본을 거쳐 지난 2013년 유럽 F3 무대까지 진출했다. 그해 7월 유로 F3 오픈 9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 한국인 최초로 F3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상위 레벨로 오르기 위해 필요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결국 2014년을 끝으로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세계 최고 무대인 F1을 목표로 뛰다가 그만둬야 했기에 한동안 방황했던 임채원에게 열린 또 하나의 길은 랠리(Rally) 드라이버였다. 경주 전용차를 타고 서킷을 도는 포뮬러 경기와는 달리 개조된 양산차를 타고 도로와 흙길, 자갈, 눈길과 빙판길을 거침없이 질주해야 하는 랠리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레이싱을 계속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결국 임채원은 한 방송사가 주최하는 레이싱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에서 5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난해 말 최종 1인으로 선발되면서 WRC에서 활약중인 현대모터스포츠팀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 1월 유럽으로 출국한 그는 2016시즌 WRC 개막전(모나코)에 이어 이번 주말 스웨덴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도 연습주행 보조드라이버로 참여했다. 아직 운전대를 잡을 실력은 아니지만 앞으로 2년간 피나는 트레이닝과 하위 라운드 출전 등으로 실력을 키워 2018년 한국인 최초 WRC 출전을 계획중이다. 현대모터스포츠팀의 실력이 최상위권인데다, 향후 한국에서 WRC 개최를 추진중이라 임채원의 지향점은 확실하다. 임채원은 "세계 최고의 무대이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인 최초의 도전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반드시 WRC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서주원(21·중앙대·쏠라이트-인디고)은 10대 때부터 카트(Kart)를 타며 성장한 꿈나무 드라이버였다. 중앙대 2학년 때인 지난 2014년 카트를 떠나 성인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서주원은 아마추어의 미숙함을 드러냈지만, 지난해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제네시스 쿠페 20클래스에서 7라운드 가운데 무려 6차례나 우승을 휩쓸며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주최측의 미숙한 규칙 적용으로 우승컵을 사실상 빼앗겼던 4라운드까지 합친다면 전 라운드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쓴 셈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서주원은 올 시즌 KSF에서 최고 클래스인 제네시스 쿠페 10으로 무대를 옮겨 쟁쟁한 상위 드라이버에 맞선다. 여기에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회인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서 GT 클래스에도 동시에 도전할 예정이다. 하나의 클래스에 집중해도 성공하기 힘든 상황에서 두 대회를 동시에 뛰는 살인적인 일정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 모터스포츠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다. 서주원은 자신이 뛰던 카트팀에 우승상금 일부를 기부하고, e스포츠 '카트라이더' 대회에 참여하는 등 '카트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최해민(32) 역시 15세 때부터 카트로 레이싱의 기본기를 익히며 포뮬러 드라이버로서의 기량을 키워왔다. 임채원이 유럽, 서주원이 국내에 집중하고 있다면 최해민의 무대는 미국이다. 내년 북미 최고의 인기 카레이싱 대회인 인디500 레이스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길을 밟아가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미국 프로 무대에 한국인 최초로 데뷔한 최해민은 2012년 인디500 서포트 레이스인 '나이트 비포 더 500' 레이스 예선에서 깜짝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디카의 하위 등급인 인디 라이츠 최종전에서 종합 11위를 차지했다. 올해 인디 라이츠 테스트와 실전 대회에 계속 참가, 포인트를 쌓은 후 인디500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최해민은 "인디500은 말 그대로 레이서들에겐 '꿈의 무대'이다. 힘든 길이지만, 한국 드라이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