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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혼혈 드라이버 한세용, "F1에서 만나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11-23 16:46


지난 9월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2015 포뮬러 르노 유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세용이 포디엄에서 태극기를 두르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세용


자동차 레이서들에게 F1(포뮬러 원)은 '꿈의 무대'이다. 1년에 단 20여명에게만 허락된 곳, 그래서 평생을 노력해도 말 그대로 꿈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F1 드라이버를 배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로 F3에서 뛰었던 서울대 공대출신 드라이버 임채원을 비롯해 미국 인디500에 도전하고 있는 최해민, 입양아 드라이버로 독일 F3에서 뛰었던 최명길 정도만이 내로라하는 유럽과 미주 드라이버들과 경쟁하며 세계 무대를 노크했지만 F1까지 이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모터스포츠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F1이라는 무대로 성큼성큼 나가고 있는 한국계 드라이버가 올해 나타난 것이다. 영국 출신 드라이버 잭 에이큰(20·Jack Aitke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아버지 존 에이큰(63), 한국인 어머니 한정화씨(55)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드라이버로, 한국명은 한세용이다. '세상의 용(龍)이 되어라'라는 뜻으로, 외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한세용은 올 시즌 유럽에서 열린 '2015 포뮬러 르노 유로컵 시리즈'와 '2015 포뮬러 르노 알프스컵'에서 연속으로 종합 챔피언에 오르며 일약 차세대 드라이버로 떠올랐다. F1을 비롯해 레이싱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7세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한 한세용은 지난 2013년 본격적으로 포뮬러 머신을 몰기 시작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3년만인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올 시즌 중 척추 골절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 최종전 두 경기에서 각각 2,3위로 연속 포디엄에 오르며 대역전극을 일궈낼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특히 한세용은 자신의 SNS에 '한국인 최초 F1 드라이버'라고 적어놓을 정도로 확실한 목표의식과 함께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머신에 영어와 한국 이름을 나란히 새겨 놓았으며, 포디엄에 올라가서는 태극기를 흔들 정도여서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세용은 F1의 명문팀인 맥라렌의 신예 스타 프로그램에 발탁돼 영국 실버스톤에 위치한 모터스포츠 시스템과 시설을 이용하며 기량을 키우고 있고, 이에 참여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최종 6명에 발탁돼 연말에 '맥라렌 오토스포츠 어워드'를 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드라이버로는 올 시즌 F1 챔피언인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 2009년 F1 챔피언 젠슨 버튼(맥라렌) 등이 있을 정도로 F1으로 가는 '로열코스'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세용은 "2개의 조국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한국과 영국 팬들이 모두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세용은 내년 시즌 포뮬러 르노 3.5 대회에 도전,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를 노크하고 이를 바탕으로 F1 바로 밑단계인 GP2 혹은 곧바로 F1에 직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세용은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즐겨 하는 해밀턴을 좋아한다. 압박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떨어진 페이스를 빨리 회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2~3년 내에 F1 입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분명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세용과 동반한 존 에이큰-한정화씨는 "F1 드라이버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아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F1에 오르기까지는 실력 외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은행가와 투자자로 일하는 부모님이 감당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를 적극 도울 수 있는 기업스폰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세용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스폰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몇년 후 F1 그랑프리에서 꼭 만나자"고 당차게 말했다. F1 무대에서 태극기가 휘날릴 그날을 기대해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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