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셔틀콕 '부상복병'에 주춤? 기권에도 이유가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7:57


이용대.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선수보호가 급선무.'

한국 배드민턴에 부상 복병이 엄습했다.

이용대(삼성전기)와 성지현(MG새마을금고)이 부상의 덫에 걸렸다. 이들 모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간판이다.

이용대는 유연성(수원시청)과 함께 남자복식 세계최강(세계랭킹 1위)을 형성하고 있고, 성지현은 여자단식 세계 4위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금메달) 이후 20년 만의 메달 희망이다.

이런 그들이 8일 전북 전주에서 폐막한 2015 빅터 코리아 마스터즈 배드민턴 그랑프리 골드 대회에서 나란히 중도 하차했다.

이용대는 남자복식 8강전에서 대만조와 겨루던 중 부상으로 기권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4주 연속으로 국제대회 우승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이용대였다.

전주코리아오픈을 시작하기 전 목에 담이 걸린 증상이 찾아와 침을 맞으면서까지 참고 뛰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성지현도 같은 대회 32강전에서 기권했다. 지난 9월 코리아오픈슈퍼시리즈에서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뒤 곧바로 덴마크, 프랑스오픈에 참가했다가 아킬레스건에 통증을 느꼈다.


통증을 참고 덴마크오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프랑스오픈에서는 1회전(32강) 경기 도중 기권했다. 이 통증이 여전히 가시지 않아 이번 전주코리아오픈에서도 32강전에서 포기를 해야 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 배드민턴에 비상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설명이다.


성지현.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이용대와 성지현이 기권을 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참고 뛸 수는 있다. 하지만 소탐대실할 수는 없다. 한국은 이번주부터 중국오픈과 홍콩오픈에 잇달아 출전한다.

대회 등급이나 올림픽 랭킹 포인트에서 보면 중국과 홍콩오픈의 비중이 높다. 전주에서 열린 대회라 국내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대와 성지현에게는 올림픽 메달이라는 최대 목표가 있다.

자칫 무리했다가 덧나기라도 하면 나중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이다.

그렇다고 세계 상위 랭커가 고의로 대회 출전을 기피할 수 없다. BWF(세계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라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 기권을 받아들였다.

이용대와 성지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안정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다만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는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실전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협회는 일단 대회에 출전해서 뛰는 데까지 뛰되, 더이상 무리하면 안된다는 의학적 진단이 나올 경우 기권을 선택하기로 했다.

전주코리아오픈에서 기권했던 이용대 성지현이 중국, 홍콩오픈을 위해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9일 출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이 임박하지 않았으면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를 생각할 처지가 안된다. 올림픽 유망주의 애환이기도 하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선수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기권으로 인해 당장 국제대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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