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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중원 젊게만든 권창훈, '고종수 왼발+박지성 심장' 가졌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07:49


권창훈(가운데). 화성=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승리의 파랑새' 권창훈(21·수원)은 전략적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내년 1월 펼쳐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해야 할 자원이다. 대표팀 훈련과 평가전이 부족한 올림픽대표팀보다 상대적으로 국제 경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A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8월 동아시안컵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무대였다. 권창훈은 대회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권창훈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바라는 인재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왕성한 활동량을 비롯해 2선 침투 능력, 높은 골 결정력까지 갖춘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권창훈은 8일(한국시각)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원정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권창훈은 4-1-4-1 포메이션의 2선 공격수로 출전했다. 익숙한 자리였다. 소속팀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며 승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레바논전에서 권창훈의 플레이를 보면서 생각난 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산소탱크' 박지성(은퇴)과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고종수(현 수원 코치)다.

권창훈은 현역 시절 영국 언론으로부터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를 장착했다'는 극찬을 받은 박지성 못지 않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황사와 높은 습도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된 중원 장악에 힘을 보탰다. 많이 뛰면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퍼즐을 완성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빗셀 고베) 그리고 프리롤을 수행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함께 빌드업을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패스가 이어져야 할 연결고리에는 언제나 권창훈이 있었다.

박지성처럼 좋은 밸런스를 갖춘 권창훈은 1-0으로 앞선 전반 26분 추가골을 이끌기도 했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공을 빼앗은 뒤 저돌적인 돌파에 이어 쇄도하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운 좋게도 이 패스가 상대 수비수 알리 하맘의 발에 맞고 추가골로 이어졌다.

권창훈의 슈팅 장면에선 '왼발의 달인' 고 코치를 연상케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 코치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고 코치는 수원 유스팀 매탄고 시절 권창훈에게 침대에 고무 밴드를 걸고 왼발목으로 잡아당기라는 조언을 해주며 왼발목 힘을 기르도록 했다. 고 코치의 조언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권창훈은 고 코치 현역시절 만큼의 대포알 왼발 슛을 장착하게 됐다. 전반 41분에는 23m 지점에서 날린 강력한 왼발 슛이 무회전으로 골문을 향했다. 상대 골키퍼는 잡다가 놓친 뒤 다시 막아내야 할 정도로 슈팅이 강했다.

권창훈은 오른발도 잘 쓰는 왼발잡이였다. 후반 15분 아크 서클에서 기성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권창훈은 아크 서클에서 오른발 터닝 슛으로 쐐기골을 박았다. 3일 라오스전에서 멀티골(2골)을 쏘아올렸던 권창훈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호의 또 다른 득점기계로 자리매김했다.


권창훈은 아직 스물 한 살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부상을 조심하면 10년 이상 한국 축구의 중원을 책임질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다. 권창훈 덕분에 한국 축구의 허리는 한층 젊어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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