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말하는 2015년 대한민국 스포츠 자화상,현실은 분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7-10 09:27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공공기관 통폐합…, 2015년 대한민국 체육계의 화두는 '통합'이다. '1+1=3'의 시너지, 더 나은 스포츠 생태계를 향한 정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혼란'과 '분열'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원치 않는 환경을 강요받는 현장 체육인들의 실망감과 당혹감이 크다. .

2014년 10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2월 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3월27일 공포됐다. 2016년 3월까지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생체), 두 단체를 통합하는 '통합체육회'를 설립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안 통과 전과정에 적극 개입했다. 당초 통합시기를 2017년 2월 이전으로 규정했던 문구는 법안 통과 직전 2016년 2월로 수정됐다. 2017년 2월까지이던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의 임기가 1년 줄었다. 통합까지 겨우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 현장에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16년은 리우올림픽의 해다. 올림픽의 해, 통합체육회장을 뽑아야 한다. 4년 주기의 올림픽과 4년 주기의 회장 임기가 겹칠 경우 향후 올림픽의 해마다 회장선거를 치러야 한다. 혼선이 예상된다. 조직의 일관성이나, 대회 준비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은 체육인들이 2017년 2월을 희망하는 이유다.

통합의 방향성을 결정할 통합준비위원회 15인 인적 구성을 놓고도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는 법안에 명시된 '3(정부)-3(체육회)-3(국생체)-2(국회)'안을 고집한다. 체육회는 정부와 국회를 배제한 순수 체육인, 체육회 7인, 국생체 7인 '동수 구성'을 원한다. 법률 공포일로부터 3개월 이내인 지난달 27일까지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함에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엘리트 체육인들은 '생활체육 활성화'를 기치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하는 문체부가 야속하다. 문체부는 법 제정 과정에서 이미 다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왜 발목을 잡느냐는 식이다. 정부는 "체육 단체 통합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체육회, 국생체, 정부, 여야가 모두 합의해 법률이 통과된 것으로, .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만든 법을 절차에 따라 집행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가 특정한 방향성을 품은 채, 위로부터의 일방적 통합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신과 의혹의 시선이다.

체육기관 통폐합과 관련해서도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따라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오는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개발원 산하로 편입되게 됐다. 3년 연속 공공기관 평가에서 체육단체중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체육인 교육 전문기관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기관간 유사 중복 사업을 일원화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기재부에서 주도한 기능조정의 희생양이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단체들을 통합해 중복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없애자는 취지다. 그러나 한마디 언질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기계적, 일방적 통합 결정에 재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은 조직이지만, 열정과 패기로 뭉친 이들은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하다. 대다수가 체육인, 체육전공자 출신인 직원들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주말도 반납하며 열정적으로 일해왔다. 선수, 심판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 매년 국내외 프로그램 3000명, 누적 2만여 명의 체육인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재단교육생들이 국제스포츠 기구에 진출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공부하는 선수'의 길은 문체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정책 방향이다. 역도선수 고 김병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현장에선 은퇴선수 재교육, 복지 및 현실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은퇴선수 교육의 메카로 손꼽히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을 무 썰듯 잘라내는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한 핸드볼 대표 출신 홍정호는 2014년 아시아핸드볼연맹 기술위원에 임명됐다. 스키국가대표 출신 김흥수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위원장에 선출됐다. 진종오, 임오경, 이규혁 등 금메달리스트 출신 엘리트 선수들이 안방처럼 편안하게 드나드는 배움터다. 지난 10년간 90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투입해 첫 결실을 맺기 시작한 시점에서 날벼락같은 통폐합 통보를 받았다. 통폐합을 통한 예산 절감 효과는 5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조직의 통합은 사람의 통합을 전제로 한다. 인화와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법대로"를 외치며 일방적,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면 무리와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체육인에 대한 존중' '존중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없는 통합은 무의미하다. 문체부의 일방적인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국회 상임회 교육체육문화위원회 임시회의에선 체육단체 통합 및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질타를 퍼부었다. 정부의 무리한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래로부터의 통합, 체육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통합"을 주장했다. 설훈 교육체육문화관광위원장은 "문체부가 지나치게 빨리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체육 단체의 통합은 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이뤄져야 한다. 문체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의혹이 일고 있다. 체육인들이 이해를 못한다. 순리대로 해야 한다. 세상 일은 무리하면 될 일도 안된다"고 일갈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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