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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유니버시아드조직위) 6일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김대중컨벤션센터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펜싱 사브르 시상식에서 한국의 김선희 (KIM Seonhee)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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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 큰 의미다. 나를 다시 뛰게 하는 메달이 될 것같다."
'미녀 펜서' 김선희(27·서울시청)는 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진 광주유니버시아드 여자펜싱 사브르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 직후 인터뷰, '메달의 의미'를 묻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1988년생, 13년차 펜서의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펜싱을 늦게 시작해서, 많이 힘들었다. 나이를 먹고 훈련을 하면서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내겐 너무 큰 의미다. 나를 다시 뛰게하는 메달이 될 것같다"이날 김선희의 기세는 눈부셨다. 준결승에서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자인 폴란드 에이스 푸다를 15대7로 꺾었다. 결승에서 러시아 에이스 안나 바샤타에게 14대15, 한포인트 차로 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이었다. 생애 첫 종합대회 결승 피스트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공세로 임했다. 8-6으로 앞서가다 8-8, 9-9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안방에서 잡은 천금의 기회, 한치도 양보할 뜻은 없었다. 영리한 팔찌르기로 한포인트를 잡아냈다. 11-9로 앞서갔다. 그러나 금메달 결정전, 러시아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막판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13-13, 14-14까지 백중세의 경기가 계속됐다. 마지막 한포인트를 내준 것이 뼈아팠다. 한끗차로 패했지만 김선희의 파이팅은 인상적이었다.
서울체고 1학년 때 단거리 육상선수에서 뒤늦게 펜싱에 전향했다. 이후 10년을 꼬박 서울시청에서 묵묵히 뛰었다. 2010~2011시즌 세계 42위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운동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다. 올해 태극마크를 단 이후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왔다. 여자 사브르엔 쟁쟁한 에이스들이 즐비하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라진, 윤지수 등 월드클래스 동료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묵묵히,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직전 국내 종별선수권 개인전 4강에 오른 데 이어 '안방'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펜싱 검을 잡은지 13년만에 국제대회 첫 결승 무대를 밟았고,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물일곱살, 사브르대표팀 맏언니로 출전한 '마지막'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나는 튀지 않는 스타일의 선수다 내자리에서 묵묵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내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아직 올시즌도 많이 남았다"며 웃었다. 다시 내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목표를 재차 묻는 질문에 "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의 꿈을 갖고 있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기존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겸손하지만 당찬 각오를 밝혔다.
지난 10여년간 남몰래 흘린 땀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남현희, 전희숙을 키워낸 '백전노장' 조종형 서울시청 감독조차 예상치 못한 쾌거였다. "16강, 8강 정도를 예상했다. 결승까지 진출할 줄은 몰랐다"며 제자의 쾌거를 기뻐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게임수가 좋아졌다. 상대를 끈덕지게 몰아치는 집중력이 좋은 선수다. 오늘의 값진 경험이 분명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상승세로 연결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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