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체육]희망은 있다①피구를 넘을 프로그램의 개발, 현재 진행중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07:58


부천 상동고등학교
학교체육.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은 4주간 서울시와 경기도의 초·중·고 10개교, 228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가장 많이 한 체육종목과 가장 좋아하는 체육종목을 물었다. 예상대로였다. 모두 압도적으로 피구가 1위에 올랐다. 여학생 체육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피구가 대세다. 그런데 한가지, 체육 수업이 활성화된 학교의 여학생들의 대답은 달랐다. "초등학교때는 피구만 했어요. 그것도 재밌기는 했지만 여기에 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다보니까 체육이 더 재밌어졌어요."

체육관, 탈의실 등이 하드웨어라면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다. 실질적으로 여학생들이 체육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하느냐'다. 과거의 체육 프로그램은 "아나공('옜다 공'의 경상도 방언)"이라는 은어로 회자됐다. '아이들이 원한다'는 명목 아래 축구공, 배구공 등 풀어놓고 학생들이 알아서 노는 '아나공'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줄넘기, 멀리뛰기 등 '재미없는' 수행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 밖에는 학생부 지도 등 체육 수업 외의 업무에 시달린 체육교사들의 고육지책이었다. 구기 종목을 좋아하는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그나마 쉽고 편한 '피구'였다.

하지만 최근의 현장은 상당히 달라졌다. 뜻 있는 체육교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좋은체육수업나눔' 등 체육교사들의 자발적 모임과 연수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됐다. 연구하는 체육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한 교사는 "학생 지도 교사는 출세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체육 수업 본연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포기하는 체육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체육수업은 한층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체육에 전인교육을 더해 인문적 방식을 도입한 '하나로 수업'을 쓰는 중원중학교, 운동장 곳곳에 시설과 장비가 있는 '뉴스포츠의 천국' 서울사대부속여중, '트러스트폴' 등 교사의 실험정신이 돋보인 상동고등학교 등 전국 곳곳 학교 현장에선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2009~2010년 넷볼, 킨볼, 티볼 등 보다 많은 여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뉴스포츠가 적극 도입되며 여학생 체육수업은 한층 풍성해졌다. 뉴스포츠는 배려와 존중의 정신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한명의 잘하는 학생이 주도하지 않고 모두가 공평히 즐길 수 있다. 게임규칙도 내용도 쉽다. 체육수업이 활성화된 학교에서 체육시간은 함께 응원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울고 웃는 축제다.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한 여학생들이 방과 후 체육 프로그램 참여, 스포츠클럽 가입 등 체육활동에 열성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 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땀흘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여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학교체육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학교 체육 활성화 5대 중점 과제 '체육프로그램 운영 및 건강체력 강화'의 실행과제 중 '여학생 체육활동 참여 촉진 프로그램 확대'가 첫번째로 자리해 있다. 여학생 선호 체육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에서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일괄 취합해 다시 일선 학교로 배포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도 요가, 치어리딩, 뉴스포츠, 등 여학생 선호 종목 및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여학생들의 스포츠 체험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여전히 피구는 여학생 체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 교사는 "한번에 2명을 죽이고 환호하고, '피해야 사는' 피구라는 종목의 특성은 교육적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점차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스포츠조선 설문조사 결과 '체육수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이라는 항목에 42.1%의 여학생들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1위로 꼽았다. 여학생 체육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계발과 개선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교사의 열정, 학생의 의지, 정부의 노력 속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학교체육
제기동 성일중학교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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