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의남매'남현희-양학선"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20 14:02



'땅콩검객' 남현희(성남시청)와 '도마의신' 양학선(수원시청)이 설 연휴를 맞아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남현희와 양학선은 태릉 이웃사촌이자 '절친 의남매'다. 설 연휴,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도 모처럼의 휴가를 명받았다. 17일 오전 훈련을 마친 직후 남현희와 양학선은 휴가를 떠나기 직전, 태릉 근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승부의 세계, 끝없는 훈련속에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새해 덕담을 건넸다.

베이징올림픽 여자펜싱 플뢰레에서 여자선수 최초로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건 남현희와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은 친하다. 태릉선수촌 펜싱장과 체조장은 붙어 있다. 눈인사를 나누던 두 선수는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대한체육회에서 마련한 선수단 투어를 함께 하며 더욱 친해졌다. 산전수전 다 겪은 누나 남현희는 살가운 동생 양학선의 고민에 기꺼이 귀를 기울였고, 경험에서 우러난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이후에도 각종 스포츠 관련 행사에서 함께하며 남매애는 더욱 두터워졌다. 펜싱, 체조 각 종목을 대표하는 스타다. 못말리는 승부사 기질, 지고는 못사는 독종 기질, 정상을 오롯이 지켜내는 1등정신이 빼다박은 듯 닮았다.

남현희의 손가락 마디에 붙인 치료용 파스에 눈길이 머물자 인정많은 누나 남현희가 말했다. "학선아, 이거 좀 갖다줄까? 아픈 마디에 붙이면 좋아." 양학선이 답했다. "누나 그거 말고, 저번에 누나 SNS에 올린 허니 감자과자, 그거 주세요. 전 아직, 한번도 못먹어봤다니까요." 유쾌한 웃음이 오갔다.

지난 11일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UN-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 주최 '2015 EPICS 포럼'에 함께 참여했다.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패널로 초청된 두 선수는 나란히 앉았다. 전세계에서 온 500여 명의 대학생 청중들의 질문에 응했다. 치열한 경험에서 우러난 '멘토링'에는 울림이 있었다. "저 혼자 갔으면 엄청 헤맸을 거예요. 현희누나가 옆에 있어서, 무사히 잘 마쳤죠. 누나는 진짜 말도 잘하고… 프로더라고요." 양학선의 덕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현희가 화답했다. "저도 무척 떨렸어요. 몇번이나 망설이다 학선이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가를 결심했죠. 배운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두 선수 모두 부상에 시달렸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검객' 남현희는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이 다 닳은 채, 퉁퉁 부어오른 무릎으로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여자 플뢰레 단체전 4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악바리 남현희는 지난 연말 대표선발전에서 또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엄마의 힘,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양학선은 햄스트링, 발목, 허리 부상속에 악전고투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의 꿈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제주전국체전, 일본 도요타컵에서 잇달아 정상에 오르며 부활을 선언했고, 지난해말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 2억원, 연봉 1억원 역대 최고의 조건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티켓의 향방이 결정되는 올해 역시 두 선수 모두에게 중요한 한해다. 최근 컨디션을 묻자 남현희가 반색한다. "요즘엔 마르셰 팡트 동작도 무리없이 소화할 만큼 무릎이 좋아졌어요"라며 웃는다. 양학선 역시 "통증이 가끔 느껴지긴 하지만, 안아픈 선수는 없으니까… 체력을 더 기르고, 훈련으로 극복해야죠"라며 눈빛을 빛낸다. 남현희는 아테네, 베이징, 런던에 이어 리우에서 생애 4번째 올림픽을 꿈꾼다. '실업 1년차' 양학선은 올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있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8위 이내에 들어야, 손쉽게 올림픽 출전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고향 광주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에선 도마 종목 2연패에 도전한다.

식사를 마친 후 양학선은 부모님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전북 고창 집으로 향했다. 남현희의 남편인 사이클 국가대표 남편 공효석(국민체육진흥공단)은 호주 전지훈련중이다.'효부' 남현희는 설연휴, 나홀로 딸 하이와 함께 시댁이 있는 가평을 찾는다. 식사를 하는 내내 스타플레이어들을 알아본 팬들의 사인공세, 사진촬영 공세가 이어졌다.

반듯한 두 선수는 팬들을 향한 깍듯한 설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을미년 새해에도 펜싱과 체조,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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