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박태환 고의성 없었다" 병원장 과실치상 혐의 기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06 10:37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검찰이 6일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6)에게 금지약물을 주사한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박태환에게 도핑 금지약물을 투약한 과실 책임을 물어 서울 T병원 김모 원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박태환이 약물의 성분을 모르는 채 주사를 맞았고, 김 원장도 주사제 '네비도(NEBIDO)'가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처방한 것으로 봤다. 김 원장은 검찰에서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와 네비도 외에 비타민 등 다른 약물도 함께 처방했다. 네비도가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행정적으로 금지된 약물을 운동선수에게 투약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태환측은 지난달 20일 해당 병원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2주간 박태환 본인과 전 매니저, 병원장 및 측 관계자, 박태환을 병원에 소개한 뷰티컨설턴트 등 주변인 소환 조사를 통해 진실을 가리는 데 집중했다.


사진출처=박태환 팬페이지
박태환은 2013년 10월 30일 뷰티컨설턴트 A씨의 소개로 전 매니저와 함께 T병원을 처음 방문했고, 이후 10개월 가까이 이 병원을 다녔다. 대부분의 에스테틱형 병원은 피부관리, 비타민 관리, 안티에이징 등 10회 이상의 장기 토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원장이 재활의학 전문의인 만큼 척추를 교정하는 카이로프랙틱 시술도 받았다. 박태환은 귀국할 때마다 이 병원을 믿고 찾았다. 외롭고 힘든 훈련중에 몇 안되는 '힐링'의 공간이었다. 카이로프랙틱, 피부관리 등을 받으며 전지훈련으로 지친 심신을 달랬다.

검찰은 병원측 진료 기록과 박태환의 도핑 테스트 기록을 면밀히 대조, 분석했다. 한달에 1번 이상 불시에 도핑테스트를 받아온 월드클래스 선수가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주사를 맞았을 리 없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 원장측은 박태환이 2013년 12월에 주사를 처음 맞았다고 주장했지만, 박태환은 채 한달도 안된 1월 FINA 도핑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네비도의 반감기가 '33.7일'인 점을 감안할 때 당시 투여한 주사가 '네비도'였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만약 네비도를 투여했는데 도핑에서 검출되지 않았다면 의사의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검찰이 소환한 최측근들은 현재 친소 여부를 떠나 일제히 "내가 아는 박태환은 절대로 금지약물을 알고도 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30일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도핑테스트 양성 판정을 받은 후 박태환이 T병원을 찾아가 도대체 무슨 주사를 놓은 것인지 문의하는 녹취파일도 입수했다. 검찰은 박태환이 금지약물 투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최종결론 내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27일로 예정된 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다. FINA룰에 의하면 반도핑 당사자인 박태환과 대한수영연맹은 청문회가 종료될 때까지 관련내용을 발설해서는 안된다. 국제반도핑위원회(WADA) 및 FINA 반도핑 코드북 14조1항5호는 '기밀보호'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반도핑기구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도핑 관련 정보를 해당올림픽위원회(NOC), 해당 연맹, 소속팀을 포함한 관계자 이외에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다. 도핑과 관련한 징계 및 발표과 확정되기 이전까지는 관련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하고, 선수의 사생활과 인권은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FINA는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측이 여론의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고도 병원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국가기관으로부터 고의성 없음을 직접 확인받고자 하는 의지였다. 지난 열흘간 검찰과 병원측 입장, 구구한 억측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태환측은 일체 함구했다. 검찰 고소 이후 어쩔 수 없이 보도자료를 냈지만, 국내 기사가 실시간으로 외신에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언급이나 해명은 선수에게 '해'가 된다는 원칙과 판단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2월말 스위스 로잔 FINA에서 열리는 청문회로 쏠린다. 박태환측은 1월, 스위스인 스포츠 도핑 전문 변호사 안토니오 리고치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대한체육회, 수영연맹과 향후 소명 절차를 긴밀하게 협의중이다. FINA청문회에서 검찰의 기소 결정을 근거로 선수의 고의성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도핑 양성반응이 나온 이상 징계는 피할 수 없다. 통상 테스토스테론 계열 금지약물의 징계기간은 2년이다. 2년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현재 26세인 박태환이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년 6개월 미만의 징계를 받을 경우 올해 7월 카잔세계선수권 출전은 불가능하지만, 내년 여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가능하다. 박태환은 도핑 양성반응을 인지한 후에도 체력훈련을 이어가며 담담히 미래를 준비했다. 1월 초 미국 전훈지 물색에 나서는 등 올림픽 도전, 명예회복의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박태환의 미래가 결정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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