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치의 습격]삶의 터전 위협받는 축구인들 개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12-10 07:24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이후 처음으로 K리그 구단 사령탑과 상견례를 가졌다. 슈틸리케 감독과 카를로스 아르모아 코치가 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봉래헌에서 가진 오찬에 앞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2.09/

푸른 그라운드는 축구인들에겐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정치적 습격에 축구 텃밭이 위협받고 있다.

축구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프로축구의 뿌리마저 흔드는 정치인 구단주들의 승부조작과 팀 해체 시사 발언에 개탄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9일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K-리그 클래식 사령탑의 오찬 회동에서 "축구는 졌을 때 상대에게 축하의 말을 해주는 게 감동이다. '정치가 축구에 많이 개입했을 때 훗날 바람직할까'라는 생각 많이 든다.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막판까지 강등권 싸움을 펼쳤던 윤성효 부산 감독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감독은 "주변 요소들이 축구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팀 내부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모순된 발언으로 공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축구인들의 격분에 공감했다. 황 감독은 "축구는 순수하다. 승자가 박수받고, 패자도 아름다울 수 있다. 여기서 팬들은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정치적인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극단적인 결론에 다다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구단 대전을 이끌고 승격한 조진호 감독도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었다. 조 감독은 "시민구단은 항상 풍족하지 않다. 그러나 클래식이든, 챌린지든 한국축구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곤 전 울산 감독
김호곤 전 울산 감독도 축구와 정치의 분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K-리그 시도민구단의 구조는 다소 모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김 전 감독은 "지역 밀착 연고 때문이라도 지자체와의 관계는 잘 유지해야 한다. 전적으로 지자체에서 받는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보다는 대기업 또는 지역 기업들의 후원을 늘리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 또 구단 경영은 전문 축구인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예가 실추된 K-리그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생각도 국내 축구인들과 맥을 같이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인으로 승강과 강등은 축구인의 삶의 일부다. 국내에는 1, 2부 승격만 가능하고 하부리그와 승강제도가 없다.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축구의 본질도 얘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축구가 한국에서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