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9위 부산과 8위 인천전, '스리백' 수비전쟁은 치열했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던 후반 30분, 가슴이 뻥 뚫리는 호쾌한 골이 터졌다. 미드필더 주세종이었다. 장학영의 크로스를 전광석화같은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을 확인하자마자 서포터들이 환호하는 가변석으로 달려갔다. 팬들과 뜨거운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래전부터 다짐했던 세리머니라고 했다. "올시즌 정말 힘들었잖아요. 힘들 때나 잘될 때나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분들이니까, 팬들이 있으니, 우리도 있는 거니까, 골을 넣게 된다면 꼭 팬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피말리는 강등 전쟁속에 터진, 주세종의 결승골은 뜻깊다. 이날 인천에게 승리하며 부산은 8위로 올라섰다.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를 달렸다.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부산의 승점은 39점이다. 12위 상주보다 9점, 11위 성남보다 6점 앞선다. 강등 탈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주세종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최고의 선물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주세종은 최하위에서 8위까지 뛰어오른 부산 변화의 원동력에 대해 "수비적인 안정감"을 꼽았다. "선수들이 계속 바뀌었는데 시즌 막바지에 와서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 수비에서 안정감 생기니 공격수들도 더 자신있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상승세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골을 넣고 비기거나 패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기 뛰면서도 '골 먹으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골 넣는 것도 당연하고 골 안먹는건 더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성효 감독의 '기다림과 믿음의 축구'에도 감사를 표했다. "경상도 분이라서 많은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감독님이 우리를 믿어주신다는 건 다 알고 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부산 출신 '절친 선배'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이날 관중석에서 인천전을 관전했다. 후배 주세종의 골을 현장에서 봤다. 지난 시즌까지 함께했지만, 그라운드에서 발을 맞출 기회는 없었다. 주세종은 "종우형을 만났는데, 무슨 '포스트 박종우'냐고, 그냥 '주세종'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함께 뛸 기회가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하더니 "형은 떠났으니까 내가 그 자리를 꽉 잡겠다"라며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전남(15일), 경남(22일), 성남(29일)과 남은 3경기의 목표는 전승이다. "감독님께서 전승하시겠다고 하셨으니, 감독님이 원하는 걸 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임)상협이형의 득점왕을 돕겠다"고 말했다. 11골로 산토스, 이동국(13골)을 2골차로 쫓고 있는 선배 임상협의 '특급 도우미'를 자청했다. "골보다도 도움을 하고 싶다. 상협이형이 3~4골 더 넣으면 득점왕이 유력하다. 내가 어시스트를 하면 좋을 것같다"고 말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