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3관왕'박태환"악조건속 인천AG보다 좋은 기록 비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1-01 11:40




"MVP 이야기 자꾸 하시면…, 받고 싶어지잖아요."

1일 3관왕에 오른 박태환에게 MVP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특유의 유쾌함이 살아났다.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연일 금빛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은 1일 오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 47초의 기록으로 세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체전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쓴 '양궁 에이스' 김우진과의 MVP 경쟁 구도를 이야기 하자 "에이~ 그 선수죠"라며 손사래 쳤다. "저도 받으면 좋겠죠. 그렇지만 저 말고 샛별들이 많잖아요"라더니 김우진의 나이를 물었다. "스물둘"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한창 떠오르는 선수들에게 주면 더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저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으니까, MVP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단체전 2경기(계영 400m, 혼계영 400m)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2주간 훈련을 쉬었다던 박태환은 이날 자유형 400m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때보다 좋은 기록을 세웠다. '400m의 레전드' 박태환에게 인천은 시련이었다. 3분48초대 기록은 박태환이 고등학교 시절 세웠던 기록이다. 3분41초53의 한국신기록, 지난 8월 말 호주 팬퍼시픽수영선수권에서 3분43초15, 시즌 최고 기록을 달성했던 박태환이다. 불과 한달만에 인천에서의 부진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도전을 선택했다.

박태환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준비한 것과 달리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았다. 400m는 특히 미흡했다. 48초는 연습때 페이스를 재도 나오는 기록인데 그 기록이 아시안게임에서 나와 할말이 없을 만큼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체전에서 아시안게임 기록을 1초 앞당겨 기쁘게 생각한다. 체전의 긴장감이 아시안게임때와는 달라,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 내 최고 기록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기록이지만 훈련량을 생각할 때 아시안게임보다 잘 나온 점이 기분좋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날 첫 50m를 26초28로 끊은 후 전구간에서 29초대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300~400m 구간에서 특유의 폭풍스퍼트를 선보였다. 300~350m구간을 28초35, 마지막 350~400m를 26초38로 끊어냈다. 기록을 향한 집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열악한 훈련환경속에서 이끌어낸 좋은 결과라 더 의미있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이후 물이 안들어간 기간이 2주가 넘고, 체전 시작 2주도 안돼 제주도에 도착했다"고 했다. 일주일에 5번밖에 훈련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월-수-금 밤 8시30분, 화-목 새벽에 레인을 배정받았다. 화요일 새벽 훈련에 나설 때는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5-6일 훈련량으로 제주도 왔을 때는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훈련량이 뒷받침 안돼서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200-400m에서의 선전에 대해 "내 최고기록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아시안겡미 이후 2주 쉬었다. 해왔던 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들어갔다. 완전 밑바닥이라기보다 감을 잃어갈때쯤에 물에 들어갔다"고 했다. "내 장점이라고 하면 적응 빨리 한다는 점이다. 최대한 늦게 물에 들어갔지만 남아있는 '물감'과 페이스를 최대한 빨리 찾았다. 집중력 있게 훈련한 점이 좋은 기록을 내는데 도움이 된 것같다"고 설명했다.

"대회신을 깨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400m 훈련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1주일 정도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웃었다. 제주체전에서 눈부신 막판 스퍼트가 살아났다는 말에 "사실 나는 변한게 없어요. 저 늘 그렇게 해왔잖아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뿐"이다. "주변 선생님들도 말씀하신다. 아시안게임때보다 더 가벼운 것같다고. 사실 막판 스퍼트도 그렇고 늘 보여주던 평균기록인데 그때 못보여준것이다. 아시안게임때 못나오다 보니까 이번에 더 잘나온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남은 단체전 경기에서도 좋은 기록으로 잘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 활짝 웃으며 농담 같은 진심을 드러냈다. "MVP 이야기 자꾸 하지 마세요. 받고 싶어지잖아요."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대한민국 수영영웅' 박태환의 레이스는 계속된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