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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이야기 자꾸 하시면…, 받고 싶어지잖아요."
2주간 훈련을 쉬었다던 박태환은 이날 자유형 400m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때보다 좋은 기록을 세웠다. '400m의 레전드' 박태환에게 인천은 시련이었다. 3분48초대 기록은 박태환이 고등학교 시절 세웠던 기록이다. 3분41초53의 한국신기록, 지난 8월 말 호주 팬퍼시픽수영선수권에서 3분43초15, 시즌 최고 기록을 달성했던 박태환이다. 불과 한달만에 인천에서의 부진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도전을 선택했다.
박태환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준비한 것과 달리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았다. 400m는 특히 미흡했다. 48초는 연습때 페이스를 재도 나오는 기록인데 그 기록이 아시안게임에서 나와 할말이 없을 만큼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체전에서 아시안게임 기록을 1초 앞당겨 기쁘게 생각한다. 체전의 긴장감이 아시안게임때와는 달라,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 내 최고 기록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기록이지만 훈련량을 생각할 때 아시안게임보다 잘 나온 점이 기분좋다"고 말했다.
"대회신을 깨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400m 훈련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1주일 정도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웃었다. 제주체전에서 눈부신 막판 스퍼트가 살아났다는 말에 "사실 나는 변한게 없어요. 저 늘 그렇게 해왔잖아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뿐"이다. "주변 선생님들도 말씀하신다. 아시안게임때보다 더 가벼운 것같다고. 사실 막판 스퍼트도 그렇고 늘 보여주던 평균기록인데 그때 못보여준것이다. 아시안게임때 못나오다 보니까 이번에 더 잘나온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남은 단체전 경기에서도 좋은 기록으로 잘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 활짝 웃으며 농담 같은 진심을 드러냈다. "MVP 이야기 자꾸 하지 마세요. 받고 싶어지잖아요."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대한민국 수영영웅' 박태환의 레이스는 계속된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