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체전]퉁퉁 부은 발목으로 4연패,양학선'나는 선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0-31 16:02



발목에는 두터운 테이프가 친친 감겨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유난히 힘들었던 올시즌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로 위로받았다.

'도마의 신' 양학선(22·한체대·광주)이 전국체전 일반부 도마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양학선은 31일 오후 제주 한라중학교 체육관에서 펼쳐진 제주전국체전 종목별 도마 결선에서 1차시기, 2차시기 평균 15.1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1차 시기 '여2(손 짚고 앞돌아 몸 펴 앞 공중 돌며 2바퀴반 비틀기)', 2차시기 '로페즈(손 짚고 옆 돌아 몸 펴 뒤 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물한 기술, 광주체고 시절부터 눈감고도 뛸 만큼 수만번 연습한 그 기술로 4연패의 위업을 썼다. 한체대 1년선배 김희훈(23·인천시청)이 14.550점으로 은메달, 하태욱(전북도청)이 14.362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시즌 내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안양의 척추 전문병원에 일주일 가까이 입원했다. 추간판탈출증, 척추협착증, 척추분리증, 1번요추 디스크 등등 병명도 복잡했다. 다리를 차오르며 공중에서 3바퀴반을 비트는 기술의 특성상, 허리부상, 다리부상은 필연이었다. 훈련량이 부족했던 양학선은 스스로 식사량을 극도로 제한했다. 섭생에 문제가 생기며, 역류성 식도염까지 생겼다. 추석 연휴 무렵엔 편도가 부어오르고, 열이 펄펄 끓어 하룻밤새 2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햄스트링까지 다쳤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눈물의 은메달 이틀 후 곧바로 중국 난닝으로 출국했다. 난닝세계선수권에서 후배 박민수가 이두박근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다. 부상이 조금 나아진 양학선이 포디움에 섰다. 그러나 역시 무리였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신기술에 도전했지만 착지에 실패하며 7위에 그쳤다. 설상가상 오른쪽 발목까지 다쳤다. 보름후 열린 제주체전, 양학선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또다시 도전을 결심했다. 양학선은 "고향 광주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일 수도 있다"고 했다.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도 했다.

4연패를 확정지은 직후 마주친 양학선의 첫 마디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어요"였다. 극심한 부담감을 딛고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만 전념했다. 부어오른 발목을 다스리며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을 썼다. 이날 1차시기에서 15.200점, 2차시기에서 15.100점을 받았다. 1등의 자존심을 지켜낸 후 주먹을 번쩍 들어보이며 기쁨을 표했다. 시즌 마지막 포디움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시안게임 때 이렇게 했으면 무조건 금메달 땄죠"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한체대 1~4학년때까지 광주시를 대표해 뛰며 금메달을 한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양학선은 "어쩌면 고향 광주를 위해 뛰는 마지막 체전일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앞으로 5연패, 6연패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올시즌 시련이 있었지만 마무리를 금메달로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금메달"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올시즌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많은 것을 잃었다. 다시 올라가기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을 지키는 것보다 차라리 도전하는 것이 쉽다. 도전자로서 더 열심히 하게 될 것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무작정 신기술만 고집하지 않고, 체력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올한해 자신감 하나로 밀어부쳤는데 안됐다. 연습량이 있어야 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멘탈갑' 양학선의 2014년은 시련이었다. 시즌 마지막 무대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련을 구름판 삼아 더높이 날아오르기로 다짐했다. "노력이 없으면 천재가 나올 수 없다. 노력이 천재를 만든다"고 했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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