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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요. 당장 다음달에 월드컵이 있는데….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스피드스케이팅 전향 3개월도 되지 않아 태극마크를 달게된 박승희(22·화성시청)의 반응은 설렘 반, 부담 반이었다. 박승희는 3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9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1000m에서 1분21초16의 기록으로 '빙속 여제' 이상화(서울시청·1분19초1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여자 단거리(500·1000m) 국가대표는 이 대회 500m 상위 2명, 1000m 상위 2명 등 총 4명이 선발된다. 이로써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는 2014~2015시즌부터 스피드스케이팅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게 됐다. 이승훈이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 나간 사례가 있지만, 박승희는 기술이 요구되는 단거리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8월 본격적인 전향을 선언한 박승희는 캐나다 전지훈련 등을 통해 스피드스케이터의 삶을 준비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박승희가 기록을 측정해 1000m를 완주한 횟수는 단 4번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표 선발이 기쁨 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박승희는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하면 긴장할까봐 일부러 생각안했다. 내년에 들어가야지하는 생각으로 탔다"며 "덜컥 대표선수가 되니까 부담이 크다. 내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 이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서야 하는데 걱정된다. 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표선수가 된 만큼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자세가 완벽하지 않다보니 직선주로가 약하다. 혼자서 레이스를 하다보니 몸이 굳는 경우도 생긴다. 박승희도 본인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언니이자 선배' 이상화는 이제 막 배워나가는 박승희가 기댈 벽이다. 박승희는 "상화 언니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고기에 배울 것이 많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할꺼다"고 웃었다. 이상화는 이날 인터뷰에 나서는 박승희에게 국가대표 자켓을 빌려주는 등 벌써부터 자상한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박승희는 다음달 14일부터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대회에서 시즌 첫 국제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박승희는 처음 빙속 전향을 결정했을때처럼 급하지 않게 준비할 생각이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시지만 너무 성급한 기대는 안하셨으면 좋겠다. 전향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한번에 늘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수는 상관없다. 그 전보다 조금씩, 어제 보다 오늘 더 잘타는게 목표다." 다부진 그녀기에 '조금씩'이라는 말이 더 믿음직 했다.
태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