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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태권 아이돌' 이대훈(22·용인대)의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걱정과 아쉬움을 표한 주변과 달리, 이대훈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마음껏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훈은 런던올림픽에서 주체급인 -63㎏급 대신 -58㎏급에 출전했다. 올림픽에 -63㎏급은 없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대훈을 위해 -68㎏급을 포기하고 -58㎏급을 선택했다. 1m83인 그에게 5㎏ 감량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로 버틸때도 있었다. 그는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그 몸상태로 메달을 땄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워낙 못먹는게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대훈은 런던올림픽 후 -63㎏에 복귀했다. 원래 체급으로 돌아온 그에게 적수는 없었다. 지난해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다시 -63㎏급에 출전해 대회 2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올해 5월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63㎏급 우승으로 역시 대회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이대훈은 코칭스태프가 꼽는 금메달 후보 0순위였다. 김현민 코치는 "대훈이는 무조건 0순위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 연습경기에서 다른 체급이랑 붙여놔도 대훈이는 까다로워하더라.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다. 주 체급이니만큼 걱정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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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은 '천재', '괴물'로 불렸다. 각종 대회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이렇다할 슬럼프도 없었다. 자만할 법도 하지만 이대훈은 그럴수록 더욱 태권도에 몰두했다. 작던 크던 대회에서 1위를 하는 쾌감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형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포함되더니 고교생 신분으로 광저우 대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후 이대훈은 확실한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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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의 시선은 리우올림픽을 향해 있다. 이대훈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쥘 경우 문대성에 이어 두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는 이미 올림픽 체급인 -68㎏급과 병행하고 있다. -68㎏급에서도 올림픽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훈은 대한태권도협회에 제출한 국가대표 신상기록카드에 존경하는 인물로 은퇴한 축구선수 박지성을 적었다. 이대훈은 "박지성이라면 모든 국민이 믿음을 갖는다"며 "나도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더 좋은 선수가 돼 태권도계의 박지성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한편, 여자 대표팀의 유일한 여고생 이다빈(18·효정고)은 생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62㎏급 결승에서 장화(중국)를 8대7로 꺾었다. 4강전 착지 과정에서 부상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머리공격 한방으로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이원진(21·경남대)은 여자 -67㎏급 결승에서 중국의 구오 윤페이에 1대2로 패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