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게 싫어요."
맞는 것은 격투기 선수의 숙명이다. 헌데 이다빈(18·효정고)은 맞는게 그렇게 괴롭단다. 이다빈은 "혼날때, 잘 안될때, 질때 힘들다. 특히 겨루기 하다 맞으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 맞을때마다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는지 하는 후회도 된다"고 했다. 그를 키운 것은 '맞는 것' 때문이었다. 안맞을려고 하다보니 공격에 집중했고, 그러다보니 이겼다. 그러다 대표선수까지 올라섰다.
이다빈은 옥동중 1학년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동기가 재밌다. 친한친구가 태권도 선수를 한다니까 떨어지기 싫어서 함께 태권도부에 가입했다. 사실 이다빈은 축구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축구부에 들려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도 숙소 생활이 없는 태권도부에 든 이유다. 이다빈을 태권도계로 이끈 친구는 적응 안된다고 일찌감치 관뒀지만, 이다빈은 한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다.
이다빈은 효정고 1학년때부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전국체전에서 계속해서 1등을 했고, 2013년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시니어와의 벽이 있었다. 주니어 시절 영광이 독이 됐다. 이다빈은 "1등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때 코치 선생님이 '최고가 되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말을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언니들이 이다빈의 파이팅에 나가 떨어졌다. 그는 2014년 마침내 대표의 꿈을 이뤘다.
대표팀 생활은 쉽지 않았다. 언니, 오빠들이 잘해줬지만, 말놓을 수 있는 또래 친구가 송영건(18·충주공고) 하나였다. 무엇보다 엄청난 훈련량이 괴로웠다. 이다빈은 "원래 뛰는거 싫어하는데 새벽부터 뛰기까 죽겠더라. 그래도 많이 적응됐다"고 했다. 이다빈은 대회 전 "꿈에서 대변과 돼지를 봤다"며 "길운이겠죠?"고 웃었다. 이다빈은 한체대 진학 예정이다. 그는 "고3은 왕고였는데 대학가면 다시 막내해야 해서 싫다"며 투덜거렸다. 투정 많은 여고생, 이다빈은 태권도에 대한 열정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무대에 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