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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대 이상을 보여드리려고 연습해왔다."
21일 인천아시안게임 경영대표선발전 마지막 경기 개인혼영 400m에서 4분23초21의 대회신기록으로 6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은 이렇게 말했다. '승부사' 박태환은 인터뷰 때마다 "재미있는 경기" "활짝 웃을 수 있는 경기"를 이야기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유명한 영화 광고카피처럼, 스물다섯 박태환이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보여준 6번의 레이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세월을 거스르는 '베테랑' 에이스의 레이스에는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서 3번의 올림픽을 경험했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백전노장' 박태환은 3번째 아시안게임, 최고의 순간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런던올림픽의 은메달은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SK텔레콤과의 결별 후 훈련환경은 예전만 못하지만, 정신력은 그 어느 대회 때보다 강해졌다. 가장 달라진 점은 빈틈없는 '자기주도형' 훈련이다. 지난 10년간 정상을 유지해온 박태환은 세계 최고의 베테랑이자 전문가다. 레이스 운영, 몸 만들기, 훈련량, 생활 패턴을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할 줄 아는 프로다. 박태환의 부모님은 "수영이나 훈련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 모든 훈련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귀띔했다. 정부광 대한수영연맹 부회장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직전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훈련이 아주 잘된 것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0.01초를 다투는 기록종목에서 세월을 극복하는 건 오직 훈련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100m 단위 스피드에서 괄목할 만한 기록향상은 혹독한 훈련의 성과다. 폭염속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일주일간 강행군을 치르며 단 한마디의 불평도 핑계도 없었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1.35m의 얕은 수심, 스타팅블록 없는 비공인 스타트대 등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수심이 낮은 것은 모든 선수가 알고 있다. 경기 전에 미리 와서 스타트 연습을 통해 조금이라도 빨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선수의 자세"라고 했다. "나는 한국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김천에 내려왔다. 스타트대 적응훈련을 반복했다. 그 덕분에 좋은 기록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면을 불평하기보다, 빨리 적응해서 최적화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 선수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악조건을 딛고 호기록을 작성한 후 자신감은 급상승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을 잘 준비하면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내 최고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선발전은 '상상 이상' 인천아시안게임의 예고편이었다. 박태환은 3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돌아가 최고의 순간을 위한 마지막 훈련에 돌입한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