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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계제패' 태극소녀, 꺼져가던 韓핸드볼 불씨 살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7-14 15:49


◇사진제공=대한핸드볼협회

핸드볼 앞에 붙던 '효자종목'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국제 무대에 설 자리가 없다. 한때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우생순' 여자 핸드볼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숙적 일본에 져 충격의 동메달에 그친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데 이어, 2013년 세계선수권에선 16강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남자 대표팀은 아시아권만 벗어나면 '승점자판기'가 된 지 오래다. 체력과 미들속공을 강조하는 한국식 핸드볼은 통하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린 소녀들이 꺼져가던 한국 핸드볼의 불씨를 살렸다. 사상 첫 세계 정상 등극에 골인했다. 이계청 감독(삼척시청)이 이끄는 한국 여자 주니어대표팀(20세 이하)은 14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코프리브니차의 프란 갈로비치 경기장에서 가진 러시아와의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 결승전에서 34대27, 7골차로 완승했다. 1977년 대회 창설 이래 최고 성적 준우승에 그쳤던 한국은 3전4기 끝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한을 푼 우승이어서 더욱 특별했다. 결승전에서 한국이 상대한 러시아는 정상 길목에서 한국을 낚아챘던 장본인이었다. 구소련 시절이던 1985년과 1989년, 1991년 한국과 결승에서 만나 모두 승리했다. 크로아티아는 태극낭자들의 땅이었다. 7골차의 완승으로 지난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대회 사상 비유럽권 팀이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일색이었던 핸드볼계에 한국이 죽지 않았음을 떨친 쾌거다.

스타 탄생도 알렸다. 실업 2년차 이효진(경남개발공사)은 대회 2연속 최우수선수(MVP)의 금자탑을 쌓은 것을 비롯해 득점왕과 베스트7까지 3관왕을 달성했다. 앞선 대회서 한국이 6위에 머물렀음에도 MVP를 차지했던 이효진은 이번 크로아티아 대회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대주로 우뚝 섰다. 이밖에 박새영(한체대) 원선필(인천시청) 유소정(의정부여고) 등 우승 전선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잇달아 나타나며 핸드볼계의 스타 기근을 해소했다.

이 감독은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남녀 대표팀도 동생들의 기를 받아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효진은 "2년 전과 달리 팀의 주축이 되어 MVP를 받게 되어 기쁘다"며 맹활약을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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