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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펜싱협회가 체육계 개혁 열풍 속에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개설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는 '펜싱 관련' 제보가 쏟아졌다. 개인 비리부터, 폭력, 횡령, 성희롱, 성폭력 문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문체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펜싱협회에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무전무가 해임됐다. 권력이동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한동한 잠잠했던 치열한 물밑 파벌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대한빙상연맹, 대한승마협회에 이어 대한펜싱협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빙상연맹은 전명규 부회장이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공주 승마' 논란에 휩싸인 대한승마협회는 회장사 한화가 두손을 들고 물러났다. 그러나 체육계 개혁은 한두 사람 물러난다고 해서 완성될 일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한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고 '파벌'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파벌의 교체'가 '개혁'의 동의어로 둔갑되는 작금의 분위기는 위험하다. SK텔레콤 이성영 스포츠단장이 협회를 직접 챙기고 나섰다. B전무 해임 이후 '실무전무' 자리를 놓고 각 파벌이 '줄대기'에 나섰다. 상대편을 향한 음해와 함께 자신의 파벌을 '꽂기'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현장에서 논란이 됐던, 부적절한 인사들의 이름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회장사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스포츠 현장은 여야가 절대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정치판이 아니다. 펜싱협회의 진정한 개혁은 그간의 골깊은 반목과 편견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돼야 한다. 미움은 미움을 키운다.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개혁이 또다른 갈등을 키우거나 상처를 남기는 '불씨'가 돼서는 안된다. 그 사이에서 또다시 애꿎은 선수들이 상처받는다. 전 집행부의 과오는 바로잡되, 경기력과 경기운영 측면에서 지난 세월동안 이뤄낸 성과와 노하우는 이어가야 한다. 몇년 후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의 평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모처럼 찾아온 개혁과 변화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펜싱계를 하나로 묶는 화합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2강' 대한민국 펜싱은 인천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2강' 선수들을 지원하는 협회 역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1년에 12억원 이상의 돈을 지원하는 회장사 SK텔레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적극 개입하고,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대안은 인적 쇄신뿐이다. 파벌로부터 '불편부당'한 인사가 필요하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펜싱을 사랑하고, 정의롭고, 새롭고, 우월한 '수펙스 (SUPEX, super excellent)' 인재풀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펜싱의 미래를 위해 바른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전문가, 참신한 마인드로 선수와 지도자, 원로와 신진들을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통큰'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파벌로부터 자유로운, 능력 중심의 '탕평책'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싸움속에 살아남기 위해 '줄서기' '눈감기' '침묵의 나선'부터 배워야 했던 선수들이 더 이상 피스트에서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