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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점이 모자랐다. 아쉽게 첫 메달꿈이 무산됐다. 하지만 세계 4위였다. 그녀들 스스로 최근의 상승세가 진짜 '실력'이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많은 대회였다. 한국은 4강행을 결정짓는 타이브레이크에서 세계랭킹 1위 스웨덴을 7대5로 격파했고, 그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세계랭킹 4위 스위스도 9대2로 완파했다. 세계 강호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세계랭킹 10위이지만 세계랭킹 4위 이하의 팀들을 상대로는 착실히 승리를 챙겼다. 무엇보다 컬링 신흥강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는 점이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이다.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승6패로 8위에 그쳤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세계에 알렸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년만에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이루며 '세계 컬링의 중심'에 진입했음을 증명했다. 외신들도 한국 여자 컬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선은 '세계 4강에 오른 한국은 기량이 꾸준히 발전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고, 이번 대회 내내 강력한 경기력을 발휘했다'고 평했다.
한국은 여전히 컬링의 불모지다.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등록 선수가 700여 명에 불과하고 전용 경기장도 태릉과 의성 단 두 곳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 대표팀이 이뤄낸 성과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녀들 스스로 기적이 아님을 증명했다. 예쁜 외모와 단단한 팀워크로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소치올림픽의 영광을 뒤로 했다. 대신 이번 세계컬링선수권대회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세계 4강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거품이 이난 '진짜' 실력임을 보여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메달꿈도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