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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스페셜리스트' 고창현, 3년 만에 부활찬가 부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3-04 07:36



'고·창·현'이란 이름을 꺼내면, 팬들은 프리킥을 먼저 떠올린다.

울산 현대의 미드필더 고창현(31)은 K-리그를 대표하는 '오른발 스페셜리스트'였다. 2007년 광주 상무 시절 가다듬은 프리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전역한 뒤 2009년 대전 시절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리킥으로 4골을 폭발시켰다. 통산 9개의 프리킥 골을 기록 중인 고창현은 이 부문 공동 4위(신태용과 동률)에 랭크돼 있다. 1위는 17개를 기록한 전북 출신 에닝요다.

하지만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든지 오래다. 2010년 11월 3일 대구전 이후 프리킥 골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고창현은 3일 전화통화에서 "프리킥 골을 넣은 지도 한참됐다. 세트피스 찬스가 났을 때는 반드시 프리킥으로 골맛을 보고싶다"고 밝혔다.

지난 두 시즌은 어둠 속에서 지냈다. 김승용 김용태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백업멤버로 추락했다. 김호곤 전 감독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다. 이적도 쉽지 않았다. 높은 몸값이 발목을 잡았다. 현역 은퇴라는 나약한 마음도 먹었었다. 그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흔들려 '축구를 그만둘까'란 생각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버티고 버텼다. 그러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창현은 지난달 26일 호주 A-리그 디펜딩챔피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원정 1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43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축구센스가 빛났다. 상대 수비수가 헤딩으로 잘못 걷어낸 볼을 왼발 발리 슛으로 마무리지었다. 김용태의 부상으로 잡은 깜짝 선발 출전이었다. 고창현은 "1년 6개월여 만에 골을 터뜨렸다"며 쑥스러워했다.

2014년은 고창현에게 '도약의 시기'다. 고창현은 올시즌 조민국 감독의 믿음으로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다. 조 감독은 그간 고창현의 억눌려있던 공격력을 끄집어내고 있다. 고창현도 조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몸 상태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고창현은 "조 감독님께선 내가 대전 시절 과감하게 공격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계시더라. 점점 수비적으로 변한 모습을 공격적으로 바꾸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직 주전은 장담할 수 없다. 김용태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고창현의 목표다. "지난 힘든 과거를 잊고 즐겁게 축구를 하고 싶다." 고창현이 다시 뛰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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