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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열이레 동안 지구촌을 웃고, 울렸다. 소치의 끝은 평창의 시작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세계는 이제 강원도 평창을 향해 말을 갈아탔다.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하계 대회였던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동계올림픽을 열게 된다. 일본은 1972년 삿포로와 1998년 나가노에서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소치는 가장 비싼 올림픽이었다. 무려 50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입했다. 해안클러스터에는 광활한 대지에 빙상 종목의 경기장이 건설됐다. 산악클러스터에는 설상 종목이 치러졌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420억달러)을 뛰어 넘었다.
평창올림픽에서 대회가 열리는 도시는 평창과 강릉, 정선이다.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노르딕복합,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알파인스키 대회전과 회전, 프리스타일스키, 스노보드가 평창, 알파인스키 활강과 슈퍼대회전은 정선에서 개최된다. 빙상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컬링은 강릉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기장 시설은 2016년 말까지 모두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림픽 개막 1년 전인 2017년 2월에는 경기장마다 테스트 이벤트를 치를 계획이다.
김진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소치의 20%도 안되는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의 예산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 운영 예산으로 20억달러 정도 들아갈 것 같다. 비조직위 예산은 70억 달러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민간투자도 포함돼있다. 경기와 관련있는 시설, 교통 인프라가 비조직위 예산"이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 개막, 25일까지 열린다. 소치에서 예행연습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식전수 프로그램에 조직위는 물론 강원도, 평창군, 강릉시, 정선군 개최도시에서 약 200명이 참가해 현장을 누볐다. IOC가 제공하는 공식 프로그램 이외에도 소치의 곳곳을 점검하며 도시환경, 숙박, 대중교통 뿐 아니라 식사 메뉴, 화장실까지 세밀하게 확인하는 등 대회 준비와 운영에 관계된 모든 면들을 파악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이병남 평창조직위 대회계획조정관은 "소치만큼은 할 자신이 있다. 아낌없는 투자 등은 부럽지만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더 개선되고 진보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선수 등 대회 참가자는 물론 관람객에게까지 무료 와이파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계획도 소개했다.
그러나 소치 현지에서 느낀 것은 따로 있었다. 경기장 시설과 도로 등 인프라는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져 있었다. 소치는 대회 개막을 전후로 준비 부족으로 지탄을 받았다. 선수촌을 포함한 숙박 시설이 발목을 잡았다. 숙소는 이제 막 공사를 마친 듯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소치의 첫 인상이었다. 온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만한 실수도 있었다.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삐뚤어진 만남은 마지막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 문화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치에선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었다. 철통 보안을 앞세워 올림픽 파크는 외딴섬이었다. 선수들은 물론 손님들도 갈 곳이 없었다.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2% 부족했다. 평창만의 올림픽이 돼선 안된다. 30년 전 서울올림픽과 한 세대가 지나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연결돼야 한다. 문화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평창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김 위원정은 "종합적인 축제로서 올림픽을 제공하려고 한다. 다양한 문화행사, 프로그램 체험을 제공하려 한다. 관광지도 근처에 많다. 새로운 고속철이 완성되면 서울도 겨우 1시간만 가면 된다. 관광 패키지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며 "경기도 보고, 한국을 관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심도깊게 검토해 평창올림픽이 모든 사람에게 의미있는 체험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은 현실이 돼야 한다.
4년이나 남은 것이 아니다.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3년간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또 조직위, 개최도시, 정부 그리고 온국민이 하나가 돼야 성광적인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
평창올림픽은 분명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다. 힘들게 얻은 기회를 제대로 잡아야 된다. 평창올림픽을 향한 총성이 울렸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